갑자기 소재가 폭발하나 했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즐길 수 있을 땐 즐겨야지요(응???).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꽤 오래 전이다. 홈쇼핑에 희한한 스폰지가 등장했다.
'매직 블럭'이라고 불리는 물건인데 내 기억에는 일본에서 히트친 상품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다.
시범을 보여주는데 주방의 찌든 때 등 물을 묻혀서 문지르기만 하면 뭐든 지워졌다. 몇가지는 저게 지워져?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스펀지 재질이 특별한가? 아니면 만들 때 연마제를 좀 섞었나 하는 정도로 그닥 관심이 없었다.
마지막 기억하는 게 그걸로 아무데나 문지르다가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망가졌다는 글이 올라온 거였는데 그 당시에도 여전히 관심이 없어서 넘어갔다.

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4921498?od=T31&po=0&category=&groupCd=

이글을 썼다가 댓글 덕분에 매직 블럭이란 이름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도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무엇일지 다시 궁금해졌다.

울나라 검색 엔진은 검색 결과로 닥치고 이거 사라!!! 는 식이라 미쿡 검색 엔진을 통했다. 대뜸 BASF라는 회사 이름과 흔히들 아는 스펀지가 아니고 멜라민 폼이라는 재질을 알려준다.
그리고, 2011년에 울나라의 동성화학에서 독일 BASF가 독점적으로 생산하던 이 멜라민 폼을 국산화하였다는 기사가 검색되었다. 흔해빠진 스폰지는 아닌 모양이다.

일단 멜라민이 뭔지나 알고 가자.
멜라민인지 멜라닌인지 자꾸 헛갈렸는데 멜라민이 맞다. 멜라닌은 여성들이 엄청 싫어하는 거다.
멜라민이 어쩌고 저쩌고 다 필요없고(왜 갑자기 이러는지 당신들은 알지? 잘 모르겠다 말이야) 멜라민 수지만 이해하면 되겠다.

역시 꽤 오래 전에 누군가인지 기억나지 않는 연예인이 떡뽁이는 꼭 이 그릇에 먹어야 맛있다며 초록색 바탕에 흰 무늬가 들어간 그릇을 산 걸 인터넷에 인증한 적이 있다.
당신의 나이를 짐작케할 수 있는 이 그릇의 재질이 바로 멜라민 수지다. 꼭 이 그릇만이 아니고 멜라민 수지는 그릇, 국자 등 주방 용품에 다양하게 쓰인다.
떡뽁이 그릇의 그 촌스런 디자인 말고, 식당에서 흰색으로 광택이 돌아 도자기 그릇인가 하고 들었는데 가볍다면 그게 멜라민 수지로 만든 그릇이다. 광택이 잘 나와서 도자기 대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플라스틱이라 부르는 이런 것들이 열을 주면 물렁물렁 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 녀석은 열경화성 수지라서 열을 주면 오히려 단단해진다. 그래서, 고기집에서 한쪽이 시커멓게 그을렸지만 전혀 틀어지지 않은 반찬 그릇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끔 불이 직접 닿은데는 눌린 자국이 있는 것도 있다.

대략 성질은 알았을 것이고 이제 다시 멜라민 폼으로 넘어가자.
멜라민 폼에서 폼은 우리가 흔히 하는 형태를 뜻하는 FORM이 아니고 거품, 스펀지 등을 뜻하는 FOAM이다.

독일 회사 BASF는 1865년 독일 바덴 지역에 설립된 화학회사다. Badische Anilin und Soda Fabrik(영어로 Baden Aniline and Soda Factory)의 약자로 최초에는 염색약품용 화학제품 일체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자하는 멜라민 폼은 정확한 연도를 확인할 수 없는데 일단 21세기 초에 Basotect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원래 목적은 소음 흡수, 방열, 열 차단 등으로 완전히 다르다. 주로 쓰이는 곳이 음향 스튜디오, 자동차 흡음재 등이다.
매직 블럭 용도로는 Magic Eraser라는 별도의 이름을 쓰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떡하다가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홈피에는 다양한 용도를 찾기 위한 사내 의사 소통의 결과라고만 적혀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매직 블럭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이 놈은 BASF가 Basotect라는 재료를 스펀지 형태로 가공해놓은 것이다.

스펀지처럼 가공되었지만 재질 자체는 거의 유리와 비슷할 정도로 단단하기에 어딘가의 표면에다 문지르면 표면을 깍아낸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매직 블럭은 아주 고운 사포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이름처럼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고 재질 자체가 그런 것이다. 당연히 자기도 쓰면 쓸수록 깍여나간다.
유리나 타일 같은데야 상관 없지만 금속이나 플라스틱, 특히 광택이 나는 표면에 써보려고 할 때는 필히 망가져도 상관 없는 부분에 한번 시험을 해보고 써야한다. 안그러면 줄이 쫙쫙 가거나 광택이 죽어버릴 수 있다.

최초 시작은 자동차 유리의 지긋지긋한 유막 제거에 써보겠다는 글이었는데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누가 미리 해본 사람 없나 검색해보니 노력 대비 효과가 좋지 않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해볼지 말지는 스스로 판단하시라.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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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막 제거에 쓴다는 산화 세륨이라는 물질이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많은 사람들이 차량 전면 유리에 생기는 유막으로 인한 와이퍼의 덜덜거림과 뿌옇게 됨에 치를 떤다.
첫차에서는 크게 신경 안썼는데 두번째 차였던 라프디, 세번째 차였던 아뵤에서는 제법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공해가 심해져서 유막도 같이 점점 심해진 것일까?

라프디 시절에는 신차 사고 그렇게 오래 지나지도 않아서 와이퍼가 떨기 시작해서 별 짓을 다해보다가 이제는 No 재팬 때문에 더 사지는 못할 일본제 유막 제거제로 거의 완벽하게 지워내고 그 위에 미국제 발수 코팅제를 발랐더니 몇년 간은 적당 간격으로 세차만 해주면 유막 문제 없이 잘 지냈다.
아뵤 때도 똑같이 했는데 두번째로 유막 제거와 코팅이 필요할 때 쯤 다 처분하고 해외로 나와버려 딱히 할 일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한참 유막 때문에 있지도 않은 머리가 아플 때 신기하게 생각한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번째는 유리를 토치로 구워버리는 방법.
두번째는 산화 세륨이라는 거로 유리를 닦는 방법.

첫번째 방법은 아예 시도를 안해봤다.
첫번째는 토치가 없고, 두번째는 열처리된 유리에 열을 가한다는 게 그닥 내키지 않았다.
혹시 당신도 모르고 있다면 알려준다. 자동차 유리는 통칭 강화 유리라고 불리는데 Temper Glass라고 해서 열처리가 되어있는 유리다.
이미 열처리가 되어있는 유리에다가 다시 열을 가한다? 그닥 권하지 않는다. 나는 해봤는데 괜찮더라라는 말이 대부분이고 강화 유리 열처리 온도가 560도이기 때문에 토치로 잠깐 가열하는 정도로는 그 온도까지 가지 않아 물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가열했을 때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측정해본 사람도 없고, 영향이 갔는지 안갔는지는 사고가 나던지 해서 깨져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산화 세륨이라는 물질이 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일단 세륨(Cerium)은 일반인인 당신이 그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금속은 아니다.
원자 번호 58에 원자량은 140g. 은백색의 금속으로 연하고 잘 펴진며 공기 중에 노출되면 변색된다.
1803년 스웨덴의 Jöns Jakob Berzelius 과 Wilhelm Hisinger 둘이서 이트리움을 찾는 중에 다른 금속과 합쳐진 형태로 발견해서 Ceria라고 이름을 붙였고 같은 해 독일의 Martin Heinrich Klaproth가 독자적 물질로 알아낸다.
이름은 1801년 발견된 소행성 Ceres에서 온 것이고 Ceres란 이름은 로마 신화의 농업의 여신이다.
다행인지 딱히 사람에게 해로운 금속은 아닌 듯 하다.


자, 그럼 유리 연마에 쓰인다는 산화 세륨은 뭣인가?
국내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전부 다 자동차 유리 연마에 쓰인다고 해서 정체를 찾을 수가 없다.
직역해서 Oxidised Cerium으로 검색하니 야이, 무식한 신발아, Cerium Oxidie!!! Cerium Oxidie!!!
더 정확하게는 Cerium(VI) Oxidie, CeO2 라고 알려준다. 얘의 다른 이름 중에 Ceria가 있다.

반도체나 유리 다루는 분들에게 시중에 나온 산화 세륨이 Ceria라고 얘기하니 기겁을 한다.
연마력이 너무 강해서 유막 뿐 아니라 유리까지 연마해서 다 망쳐버릴 거라는 거였다.
실제 반도체 웨이퍼나 유리, 액정 판넬 등의 연마에 쓰이는 물질인 것이다.

특히나 CMP라고 (Chemical-Mechanical Planarization) 연마를 하는데 마찰에 의한 기계적인 연마 이외에 화학 반응에 의한 연마까지 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화학 반응에 의한 연마는 Ceria를 제조할 때 포함되는 불소(F)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상대로 본 신발이 거기까진 알아보진 않았다.

그럼 과연 이걸 자동차 앞유리 유막 제거 용으로 써도 되나 싶이서 해외를 검색해보니 대쯤 안만드는 거 빼고는 다 만들고, 만드는 거는 뭐든 쓸만하다는 3미터의 유리 연마제(3M Glass Polishing Compound가 검색되었다.
https://www.3m.com/3M/en_US/company-us/all-3m-products/~/3M-Glass-Polishing-Compound/?N=5002385+3293082872&rt=rud
그런데 이 제품 설명이 묘한 게 군데군데 Cerium oxide가 어쩌고 저쩌고 언급되어 있는데 정작 주 화학 성분은 Lanthanum Trioxide라고 엉뚱한 게 적혀있다. Lanthanum(III) Oxide, La2O3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그렇다고 직접 3미터에 문의할 본신발도 아니고, 그냥 같은 물건인 갑다 하고 넘어간다.
유사한 다른 성분으로 대체되었는데 설명을 다 안바꿔놨을 수도 있잖은가?


여하간에 중요한 것은 저 산화 세륨이 지금까지 찾아본 물질이 맞다면 유막제거제라기보다는 연마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 신발이 썼던 일본제 유막 제거제처럼 화학반응으로 유막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고, 유리 표면을 사포로 밀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면도날로 유리를 미는 일도 있었다.
결국에 연마제이므로 유리 표면의 유막 뿐 아니라 작은 스크래치 등도 같이 깍여나가므로 효과는 훨 좋을 수 있지만 발수 코팅된 유리에 사용하면 그 발수 코팅도 같이 날아가는 문제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잘만 쓰면 효과는 더 좋을 수도??? 선택은 본인의 몫!!!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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