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쓰던 맥가이버 칼의 커스텀 스케일 교체기 올려봅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아재들에게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 불리던 스위스 군용 칼은 빅토리녹스와 벵거 두군데서 만들었다.
드라마에서는 빅토리녹스만 사용되었고 벵거가 짝퉁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드라마 각 편에서 필요한 툴이 있는가에 따라 두개사의 여러 모델이 사용되었는데 기본적으로 빅토리녹스였었다.
뭐 이제는 벵거가 빅토리녹스의 저가 브랜드로 인수되어 버려 구분할 필요도 없어졌다.

본 신발은 딱 세가지 모델을 사용해봤다.
제일 처음 샀던 것은 좀 쓰따가 너무 든 게 없어서 아버지 드렸더니 등산 다니다 잊어버리셨고, 두번째 산 게 지금까지 들고 있다. 세번째 거는 작은 걸로 샀는데 너무 작아서 실망 중이다.

두번째 산 거는 모델명을 알 수가 없다. 이제까지 나온 모델명을 전부 정리해놓았다는 사이트에도 안나온다.
스파르탄이라고 보기에는 없는 가위가 있고, 클라이머라고 보기엔 후크가 없다.
툴이 하나 더 들어가야되는데 불량품으로 만들어진 건지도 모를 일이고, 그 당시에 중국산 짝퉁들은 이런 퀄 자체가 안나와서 짝퉁도 아니다.

너무 오래 썼고 최근에는 빅토리녹스 기준 미디엄 사이즈(91mm)마저도 가지고 다니는 게 부담이 되어 뭔가 좀 다른 걸 찾아보다가 커스텀 모델들을 보게 되었다.
미국에 나름 업계에서 유명한 커스텀 메이커가 한명 있는 거 같았는데 인스타그램만 하고 있어 그거 할려고 가입하기도 귀찮은 와중에 수공업자 전문 매매 사이트인 Etsy란 곳까지 가게 되었다.

Etsy를 뒤지다 보게 된 게 아예 커스텀 모델로 만들어파는 것도 있지만 커스텀을 할 수 있는 부품도 팔고 있었다. 그 커스텀 파츠 중에 제일 흔한 게 이걸 한국 말로 번역하기가 애매해서 그냥 말 그대로 스케일(scale)이 었다. 스케일이 뭐냐면 맥가이버 칼의 몸체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부분이다. 직역하면 껍질인데 한 글자 작으니 이하 껍질로 쓴다.

이 껍질들은 이미 빅노리녹스에도 다양한 재질이 나온다.
기본은 그 상징적인 빨간색 플라스틱이지만 파란색, 흰색 이외에 다양한 칼라도 있고, 반투명 플라스틱도 나온다.
재질도 나무, 알루미늄 등으로 다양해졌다.
알루미늄 재질을 생각하긴 했는데 빅노리녹스는 이상하게 알루미늄 재질로 가면 껍데기만 들어가는 쪽집게랑 이쑤시개를 없애버렸다. 개인적으로 쪽집게는 꼭 필요해서 용납할 수가 없었다. 

Etsy의 껍질 중에 뼈속부터 공돌이인 본 신발의 눈이 뒤집어지게 하는 단어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

CARBON & TITANIUM

카본은 몇 종류 없었는데 티타늄은 종류가 엄청 많다. 거기다가 티타늄 특성상 다양한 색깔에 십자가를 야광 재질로 만든다던가 트리티움 바이알을 박아넣은 것도 있었다.
몇일을 뒤적이다가 문득 모든 게 다있다는 알리에는 이게 없을까해서 검색해보니 역시 있다.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내 거에 맞는 껍질이 Etsy에서는 기본 $100 정도 수준이던 게 싼 거는 $20, 비싸도 $50까지 떨어졌다. 가만 보고 있으면 몇몇 모델은 알리에서 떼가서 가격만 비싸게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월남까지 이게 배송이 될지 확신이 없어 월남 인터넷 쇼핑들을 검색해보았고, 한군데서 2만6천원 정도에 파는 걸 찾았다. 송료 감안하면 알리의 $20 짜리와 별 차이 없는 거라 주문을 했다.
월남 판매자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물건은 중국에서 출발했다. 얘도 알리에서 떼다 파는 건지 중국애가 월남 판매자인 것처럼 하고 있는 건지...
조금 불안했지만 주문한지 2주 안되어서 도착을 했다.

교체는 간단하다. 기존의 플라스틱 껍질을 떼어내고 새 껍질을 끼워넣으면 그만이다.
기존 껍질은 접착이 되어있는 게 아니고 그냥 끼워져 있는 거라 쪽집게랑 이쑤시개 홈에 뭔가를 집어넣고 벌리면 그쪽부터 벌어져서 틈 사이로 계속 벌리다 보면 빠져나온다. 플라스틱이라 신경쓰지 않으면 손상이 가는데 이미 오래 썼고 혹여나 다시 붙이고 싶으면 새거 사지 싶어 그냥 빼버렸다.

자, 이제 새 껍질을 붙일 차례다.
붙이기 전 한번 맞춰보니 생각보다 잘 맞는다. 고정을 해야하는데 플라스틱이야 재질 자체가 약간 탄성이 있으니 뻑뻑하게 끼울 수가 있는데 이건 금속이라 그럴 수가 없다.
금속 껍질은 두가지 고정 방식이 있는데 내가 산 거처럼 그냥 덮어 씌우는 거, 툴 고정 핀까지 전부 나사식으로 교체하는 방식이 있었다.
툴 고정 핀까지 다 교체하면 나중에도 쉽게 교체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툴도 교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긴한데 나로서는 그 정도까지 필요도 없고 나름 대공사라 그냥 덮어씌우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게 록타이트 순간접착제 뿐이라 넉넉하게 바르고 붙였다. 빛에 비춰보면 약간 틈이 보이긴하는데 몇 mm나 되는 티타늄 판떼기를 휘어볼 방법이 내겐 없다. 꼭 붙어있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플라스틱 껍질 안에도 먼지가 가득한 걸 보면 원래 틈은 좀 있었나보다.


다 붙이고 나니 이쑤시개가 너무 헐렁하게 고정된다. 다시 순간 접착제를 구멍에 살짝 흘려넣어 조금 뻑뻑하게 만들어 주었다.

붙이고 나니 다행히 틈이랑 그런 것은 신경쓰이지 않고 맞기도 잘 맞다. 새 껍질의 느낌도 금속 느낌 그대로라 썩 나쁘진 않다.
설계의 문제인지, 가공 기술의 한계인지 이쑤시개랑 쪽집게 구멍이 딱 맞지는 않다.


그런데 다 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보니까 드는 생각이...너무 밋밋한데???...와우, 멋있다가 아니고???
강력한 빨간색은 가버리고 밋밋한 회색의 껍질에 은색의 툴 조합이니 확실히 뭔가 밋밋하다.


색깔은 아니라도 뭔가 무늬라도 들어있는 걸 살 걸 그랬나...

다시 안뜯을 생각으로 접착제도 엄청 발랐는데...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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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메이커 오리스(ORIS)에서 한강 한정판 손목시계를 내놓았습니다.

기존 오리스 Aquis 모델에 다이얼을 초록색으로 뒷판은 한강 지도와 "한강"이라는 한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수익금 일부는 한국환경운동연합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오리스는 이런 환경 관련 시계를 많이 내어왔습니다.

 

다만 저 뒷판의 "한강"이란 한글은 폰트 좀 예쁜 걸로 쓰지...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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