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도 MX10은 싸게 나온 물건 구하기가 힘들다. 안파는 게 없다는 eBay 조차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근 한달 정도를 찾다가 간신히 하나를 구입했다.
SAS가 채용한 시계
그 다음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흔한 축광식 야광이 아닌 트리트움을 이용한 자체 발광식 야광이었다. 불을 끄고 봤는데 생각보다 밝지가 않다. 눈에는 확연히 드러나지만 뭔가 좀 모지란 듯 하다.
갑자기 이거 불량품인가? 가짜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두운데서 보니 12시 부분이 다른 것과 달리 주황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걱정했던 직경 42mm의 케이스는 그다지 큰 느낌이 아닌데 두께가 사기 수준이었다.
전면
일반적인 시계들은 10mm 내외다. 기계 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오토매틱 시계들이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15mm 가까운 두께는 잘 없다. 수정 진동자 시계가 15mm에 육박한다는 건 일부러 두껍게 만들어 놨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후면
두께가 두꺼워진 원인은 2가지로 추정한다.
1. 트리티움 발광 캡슐의 두께
시/분/초침에 트리티움 발광 캡슐이 붙어있다. 이게 두께가 있다보니 일반적인 시계처럼 침들을 바짝 붙일 수가 없고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붙여야 한다. 그리고, 시간 별로 박혀있는 캡슐들도 거기에 한몫 하고 있다. 더 작은 걸 박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단가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유사한 트레이저 모델들이 약 12mm를 넘기지 않는 걸로 볼 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2. 일부러 크게 만들었다.
아웃 도어용 시계를 잘 아시는 분은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시계를 두껍게 만들면 얇은 시계처럼 옷 속으로 숨는 게 아니고 옷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때문에 항시 시간 확인이 쉽다.'
둘다 추정이므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여하튼 결론은 시계 두께가 일반적인 것들보다는 두껍다는 것이다.
일단 시계니까 시간을 맞추려고 용두(Crown)을 뽑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통상 시계들은 날자가 표시되면 용두가 2단으로 빠진다. 1단계가 날자, 2단계가 시간이다. 그런데, MX10은 그냥 빠져버렸다.
로고가 새겨진 크라운
아쉬운 부분이다.
유리는 사파이어 글래스다. 시계 유리로는 가장 고급으로 일반 유리보다 훨씬 강하고 거의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니기 때문에 웬만한 쇠붙이에 부딪혀도 흠집이 나지 않는다.
다만 군용 기준 설계라고 했는데 무반사 코팅이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형광등 아래나 실내에서는 잘 모르지만 햇빛이 환한 야외에서는 무반사 코팅이 매우 유효하다. 어릴 때 친구들에게 시계로 빛을 반사시키는 장난을 쳐봤다면 알겠지만 그게 생각보다 강력하다.
무반사 코팅의 극단적인 비교
플라스틱 밴드는 풀면 일자로 쫙 펴지는 게 아니라 원형으로 휘어져 있다.
Nite 로고
착용감은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나 같은 경우 시계를 좀 느슨하게 차는 편인데 그렇게 차도 희한하게 뒷 판이 손목에 착 달라붙는다. 재질과 코팅 때문인지 딱 달라붙어서 놀지를 않는다.
뒷면의 Stainless Steel 표시
무게는 들었을 때 다소 묵직하지만 찼을 때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그 두께 때문에 옷 소매 속으로 숨지 않는다.
이 시계를 구입한 게 호기심도 있지만(사실 이게 99%) 해외 출장시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야광이 잘되는 시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받아보니 정장에 차는 건 아예 불가능한 스포츠 모델이다. 딱 분위기가 군용이나 서바이벌 게임 용이다.
애초엔 트레이저를 살까도 고민했지만 원하는 디자인들은 다 오토매틱에 50만원을 넘어가는 고가품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찾다 보니 나이트의 MX10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덕분에 어렵게 구했지만 처분 목록 1호로 등극하고 말았다.
장점
1. 군용이나 서바이벌 게임 용으로는 적격
2. 튼튼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
3. 10년간 유지되는 자체 발광식 야광
4. 채우기 편리한 시계 밴드
단점
1. 비싼 가격
2. 조작이 불편한 크라운
3. 무반사 코팅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