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주기는 남았고, 오래 되다보니 냄새는 나는 것 같고 해서 큰 맘 먹고 필터를 갈아보기로 했다.


울나라에서는 에어컨 필터라고 부르는데 외국에서는 캐빈 필터라고 주로 부르는 듯 하다.

예전 같음 직구로 땡길려고 했겠지만 비엠 계열이야 원체 국내에 부품이 많이 풀려있어 대량으로 사거나 없는 거 아니면 별로 메리트가 없다. 에어컨 필터나 오일 필터 정도는 어지간한 거는 다 들어와있다.


일단 부품 사이트에서 부품 번호를 검색해보고 국내에 조회하니 바로 나온다. 국산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뒈길 MANN 거로 사본다. 참고로 만 필터는 국산차 것도 나온다. 아마도 수출되는 차종이 나오는 거 아닐까?


도착했는데 상자가 무척이나 두꺼워서 뭐 이런 게 들어가나 하고 열었더니 같은 게 두개가 들어있다. 뭐지 이건?


자, 이제 어떻게 하는지 검색을 해보자. 사기 전에 대략적인 것만 봐서 직접 뜯기 전에 자세한 사진 같은 걸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현기차 필터 교체는 따로 공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글러브 박스 빼내고 그 뒤에 있는 필터를 갈면 된다. 첫 차였던 레간자는 후드 열고 조수석쪽의 커버를 벗기면 그 안에 들어있었다. 그 커버를 벗길려면 육각 너트를 하나 풀어야 했다.

그 뒤에 구입한 라세티 프리미어, 아베오는 모두 현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별종이 하나 있는데 르노삼성이다. 르노의 설계라고 하는데 조수석 쪽인가를 완전 분해해야한다. 농담인지 진짜인지 센터 들어가서 필터 갈아달라면 거리 얼마 안되었으니 다음에 갈라고 한다거나 뒤에서 정비사들끼리 제비뽑기 한다는 소리가 들 정도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


미니는 클럽맨이 두번째 차다. 원래 2세대, R56 쿠퍼스를 1년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주말에만 타서 뭘 교체할만한 거리를 가보지도 못했다. 검색하니 이 미니들은 조수석 발판 위에 커버를 벗기면 필터가 나온다고 되어있었다.


클럽맨은 구글로 뒤지니 묘하게 2세대만 나오고 국내 동호회에서 간신히 찾아내었다. F차대로 넘어오면서 필터 위치가 조수석 왼쪽 센터 콘솔 쪽으로 바뀌었고 똑같은 두개가 위아래 한줄로 들어간다는 거였다.


비엠 계열이 별나사를 쓰기 때문에 공구도 하나 사고 ㅠㅠ


조수석 문을 열고 무릎을 내려놓을 곳에 필터 박스를 깔고 몸을 조주석 왼쪽으로 밀어넣는다. 별 나사 하나를 풀고 센터 콘솔 앞쪽 커버를 잡아당겨 빼낸다.

불을 비춰서 필터 커버를 찾는데... 안 보인다??? 이상하다, 맞는데???

2세대 마냥 조수석 발판 아래를 본다. 블박 보조 배터리가 가리고 있긴 한데 여기에 뭐가 있을 것 같진 않다.


한참을 보다 안되겠다 싶어 일단 덮고 다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다. 전에 봤던 사진을 다시 보는데 F56 3도어의 사진이었다. 얘는 분명히 조수석의 커버만 벗기면 된다. 근데 클럽맨은 왜???

그 와중에 클럽맨 사진이라며 세부분의 나사를 찍어놓은 사진이 있다. 그 위치는 내가 풀었던 커버, 그리고 조수석 발판 위 커버 좌우의 사진이다.

머리에 뭔가 스치는 게 있어 첫 커버를 다시 열었다. 가만 사진을 대조해보니 필터 커버는 내가 보고 있는 부분 조금 위에 있다. 근데 그 윗부분을 조수석 발판 위의 커버가 가리고 있다. 3도어랑 클럽맨이랑 실내 배치가 조금 다른 모양이다.


낑낑거리면 조수석 아래 커버를 떼어냈다. 오 ~ 드디어 필터 커버가 보인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약간 둥그런 부분 옆에 중간 약간 위에 있는 탭을 제끼면 커버가 뒤로 열린다. 문제는 내가 몸을 밀어넣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저 사진처럼 다 보이지 않고 사진의 아래에서 2/3 정도만 간신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필터 커버를 열어도 깝깝하다. 안에서야 사진 처럼 열려있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사진의 중간 이하로만 보인다. 그러니까 필터 측면의 1/4정도 간신히 보이는 정도?. 그나마 밑은 아래쪽 필터이고 위의 일부가 위쪽 필터다. 위에거 먼저 빼내본다. 사진의 뒤쪽에 조그만 날개 같은 게 붙어있는데 간신히 그걸 불잡고 잡아당기자 덜컥 거리면서 빠져나온다.

문제는 아래 거. 일단 커버로 빼기 위해서는 위로 들어올려서 한다. 잡히는 부분이 거의 없어 들어올리기도 힘들고, 들어올리면 아까처럼 그 날개 같은 걸 잡아야 빼낼수 있는데 공간이 좁아 손이 두개가 들어가질 못하니 자꾸만 놓친다. 몇번을 시도하다 간신히 필터가 구겨질 정도로 잡아서 꺼내는데 성공!!!했는데 오른쪽 손가락 하나가 피를 흘리고 있다 젠장!!!


자, 이제 새걸 넣어야한다. 일단 방향을 확인하자. 국산차 필터는 보통 수평으로 장착되고 화살표가 위에서 아래로 넣어지게 들어간다. 미니는 화살표가 엔진 쪽이 아닌 사람쪽으로 오게 넣으면 된다.

첫번째 거는 쉽다. 거의 그냥 밀어넣으면 들어간다. 문제는 두번째 거. 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로 밀어넣다보니 위에 어딘가 자꾸 걸리고, 그렇다고 아래로 내리자니 미리 넣어놓은 필터에 걸리고... 하아~~~ 젠장!!! 거기다 커버는 자중 때문에 자꾸만 닫히고.

몇번이나 쑤셔넣다 휘어지고 난리를 치다가 어떻게 제 위치로 들어갔다.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해볼까 하다가 바로 그냥 닫아버렸다.


2세대였으면 그냥 조수석에 누워서 작업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한데 3세대는 이거 뭐 머리 넣을 공간도 마땅찮고 들어간 손도 잘 보이지도 않고... 어차피 다음엔 센터에서 오일이랑 같이 갈거고, 그 중간에 갈 거면 후배 샵에서 하던지 해야겠다. 이건 뭐 간단히 생각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난이도에 당황하고 피도 보고.

비엠 F 차대들이 다 이 방식인 거 같던데 미니가 공간이 작아서 더 그런가?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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