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썼었던 XRF 이야기의 연장선입니다.


또각또각


얼마전 뱃속에 맥주가 만땅인 얼굴책 친구 한분과 이런 대화가 오갔다.


나 알리에서 겁나 싼 티타늄 안경테 살 거임, 검증 가능하겠333?

ㅇㅇ 가능함, 받으면 보내주333


그렇게 일주일인가 이주일이 지났다.


주소 불러보333

???

안경테 갈 거이니 검증하333

진짜 보낼 거임???

그럼 가짜로 보냄???

Got it!!!


그 대화가 끝난 다음날 대구에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뜯어보니 털어서 처마 밖에 나오지 않았던 정치인이 착용해서 그 비싼 안경테는 어디서 났냐고 까이던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물건이 도착했다.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고.




택배 상자 안에는 삼각형의 케이스 안에 안경테 하나, 여분의 귀받침(명칭이 이게 맞나? 영어로는 ear sock이라 불렀던 듯 한데) 한 쌍이랑 어마무지하게 많은 코받침이 들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둥그런 실리콘 코받침 좋다. 근데 이 정도 넣을 거면 귀받침도 좀 더 넣어주지.


이건 내가 정품을 본 적이 없어 둘이 비교하면 어떤지를 모르겠다. 국내 정발한 정품의 가격은 무려 70만원 정도. 해외 가격을 뒤져도 500 달러가 넘어가므로 지금 환율에 관세 생각하면 그닥 비싼 가격이 아닌 원래가 비싼 물건!!!

근데 알리에서 이걸 30 달러 정도에 팔고 있다. 믿을 수 없는 가격 아닌가?


아, 혹시 내가 이걸 껴서 찍으면 무조건 화보라는 그분과 동급으로 가고 싶다면, 내가 뒤져본 바로는 LINDBERG의 MORTEN이란 모델로 추정된다. 언제나 그렇듯 아님 말고. 본 신발은 추정할 뿐.


https://ko.aliexpress.com/item/Free-shipping-New-Lindberg-Oliver-peoples-Thom-Browne-glasses-frame-vintage-hand-mage-eyeglasses-frame-myopia/32369656023.html


이게 제품의 애초에 받은 링크인데 어디에도 티타늄이란 소리는 없다. 재질에는 그냥 합금이라고만 되어 있다. 



여튼 처음 손에 들어온 느낌은 생각보다 싸굴틱하진 않다는 것이다. 만지다보니 다리 부분에 뭔가 까끌까끌한게 만져졌는데 불량인가 싶어보니 나름 각인이 되어있었다. TITANIUM이라고.


막상 받아놓고 보니 한마디가 떠올랐다. 'AC~ 이거 뭐 일케 얇아. 이거 찍힐라나???'


XRF는 찍을려는 물건에 X선을 비춰서 성분을 분석해내는 장비다.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321715&sca=&sfl=wr_subject&stx=%EB%A7%90%EB%A6%AC%EB%B6%80


이 링크를 보면 조금 이해가 될지도.


여튼 그래서 크기가 큰 게 좋다. 쓰던 장비로는 앞에 두께가 최소 3mm 정도는 확보가 되었을 때 제대로 된 분석이 된다. 근데 이건 1mm나 되려나? 너무 얇으면 옆으로 새는 게 많아 아예 분석이 안되거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같은 걸 여러개 겹쳐서 두께를 만들어서 하기도 하는데 이 안경테를 휘어버릴 순 없잖은가?




그나마 두꺼운 데를 찾아보니 안경 다리와 테가 결합되는 힌지 부분이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거기 말고는 두꺼운 데가 없다.

이건 뭐 딱히 받혀놓을만한 곳도 없고, 나막신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양팔로 억지로 얼짱각도를 찾아 방아쇠를 당기기를 여러번. 몇번의 에러를 거쳐 첫 수치가 떴다.

근데 이거 뭐 이래? 90%가 넘는 니켈(Ni)???




몇번의 시도를 더했지만 기본 니켈이 높게 나오는 건 똑같고 각도에 따라 철(Fe)이 10% 내외 오락가락하는 수준.

판매자의 설명은 정직했다. 티타늄은 1, 아니 0도 없었던 것이다.


혹시 측정기의 보정 자체에 문제가 있나 싶어 본 신발이 끼고 있던 서울 모처에서 구입한,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때 뭐가 씌여서 이걸 샀나 싶은 티타늄 안경을 벗어서 쏴봤다.



티타늄(Ti)이 거의 50% 니켈(Ni)이 33% 정도 나온다. 티타늄이 가는 선 작업이 어려워 니켈 도금을 하는 걸로 아는데 이것도 니켈 도금이 되어 있나? 근데 니켈 색이 아닌데...

갸우뚱 거리며 다시 시도해보았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병원서 X선 사진 한번 안찍어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X 선은 물체를 투과한다. 그 때문에 도금이 되어있더라도 도금이 미친듯이 두껍지 않으면 아래쪽의 원래 금속 성분이 올라온다.

그러니 니켈이 엄청나게 나오고 철이 나온다면 니켈에 철 합금이거나, 철에다 니켈을 도금했다는 소리인데...

안경 소재로 흔하게 쓰는게 Monel이라고 니켈에 구리를 합금한 것이다. 일반 강철은 녹 때문에 쓸 수가 없고 스뎅 종류는 가공성 때문에 구리를 첨가해서 쓴다.

근디 XRF 만으로는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니 일단 보내준 얼굴책 친구에게 1차 회신을 보내본다.


님 이거 티타늄 0, 아니 1도 안나옴요. 정확히 해볼라면 귀받침 벗기고 조금 짤라서 다른 분석기에 넣어볼라는데 어케 생각하심???

ㅋㅋㅋ 어차피 그 가격에 정품이라 생각 안했음 맘대로 하333


그의 말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현실회피일까는 모르지만 일단 2차 분석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여기서 끝낼라고 했는데 내 안경테에 대해 몇마디만 덧붙이고 가자. 서울서 살 때 사실 다른 거 보다가 티타늄이라는 말에 혹해서 샀다. 위에서는 니켈 도금이라고 떠들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티타늄이랑 니켈이 저런 비율로 나오는 물건이 있다. 그건 바로 SMA라고 말하는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이다.

파는 사람이 재질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판 건데 뭔가 속은 거 같기고 하고, 형상기억합금은 첨이라 설레기도(산지 벌써 몇달 지났는데 개뿔) 하고...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금속 알레르기에 대한 부분이다. 통상 금속 알레르기라 함은 니켈에 대한 과민반응이다. 근데 이 테가 진짜 니켈 도금이라면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티타늄 테를 사려고 이걸 사려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시라. 싸면서 좋은 물건은 없다. 필요할 때는 투자를 해야한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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