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롤렉스는 취향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재테크의 한 형태로 시계도 있고 그 중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게 롤렉스라는데 일단 맘에 안들면 꽝 아닙니까?

롤렉스에서만 쓴다는 904L이란 재질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904L은 본 신발과 인연이 있다. 연구소 시설 이런 일이 있었다.

영업 : 904L 아심?
신발 : 모름, 스뎅이 900번대가 있음?
영업 : 연구소가 왜 모름?
신발 : 연구소는 모르면 안됨?
영업 : 비싸고 잘 팔린다니 빨리 알아오셈
신발 : 그걸 내가 왜?

당시 신강종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회사 분위기 상 막내였던 본 신발이 이 미지의 재질이 무엇인지 알아보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던 스뎅은 기본이 300번대, 거기에 400번대와 600번대가 있었고, 이후에 저가용으로 200번대가 들어왔다. 그런데, 듣도보도 못한 900번대라니? 얘는 도대체 뭔가?

조금만 검색을 해봐니 얘를 왜 모르는 건지 딱 감이 왔다.
주요성분인 니켈 25%, 크롬 20%, 몰리 5%로 합치면 50%가 된다. 나머지만 철이다
흔해 빠진 304가 니켈 8%, 크롬 18%로 26%인데 그 두배에 달한다.

그렇게 되면 가격은 뭐 보나 안보나 지금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수준. 

신발 : 님 이거 보나 안보나 겁나 비쌈, 자재팀에 확인해보셈
영업 : ㅇㅋ

자재팀에 확인 후 예상한 반응이 왔다.

영업 : 이거 왜일케 비쌈?
신발 : 비쌀 거라고 했잖슴, 성분표를 좀 보셈
영업 : 일단 고객사와 협의해보겠음

당근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조사한 자료로는 304가 보통의 환경, 바닷물이 닿으면 316L로 넘어가는데 904L은 화학 플랜트부터 시작했다.
아, 904L이 등장하면 항상 동네북으로 끌려오는 316L은 니켈 12%, 크롬 18%, 몰리 2% 정도의 재질이다.
304에서 316L만 넘어간다고 해도 비싸다고 난리인데 904L이야 뭐.
보통 316L은 수술용 또는 의료용 재질로 많이 쓰인다. 904L은 이것보다 뛰어나기에 아무데나 가져다쓰는 'Super'를 가져다 붙인다.

고객사는 저걸 스프링으로 만들고 싶어했었다. 영국 규격에도 저강도의 스프링은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도저히 스프링 강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규격 언놈이 만들었냐? 이 빌어먹을 영국놈들!!!
고객사 소식이 없는데 어떻게 재료를 입수했냐고? 유전 시추공에 센서 투입용으로 쓴다고 해서 한동안 생산했었다. 이 비싼 걸 몇회 밖에 못 쓰는 소모품으로 쓰다니??? 이런 노다지가 어디 있나?
너무 빨리 끊어진다고 클레임이 몇번 들어왔는데 도대체 사용 환경이 얼마나 험한지 엉망진창으로 긁혀서
끊어진거라 소비자 사용 실수로 종결지었다. 고객 대응이 마음에 안든 건지 너무 비싸다는 걸 자기들도 인지했는지 한동안 쓰다가 다른 재질로 바뀌었다.

자, 이제 롤렉스로 가보자.


롤렉스 홈페이지에 보니 "OYSTERSTEEL"이라고 칭하며 기본은 904L이라고 한다. 사진이 홈페이지에서 따온 거다.
근데 사진의 파이프로는 시계는 못 만들텐데???
언제부터 904L을 썼는지는 두가지 설을 찾았다.

1. 위키페디아
 1985년에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부식에 강한 성질 이외에 재질 자체가 밝은 은백색이라서 택함
 니켈과 크롬 같은 은백색 원소가 반이나 되므로 폴리싱을 덜해도 훨씬 밝아 보임


 오메가가 1971 ~ 72년에 "URANUS STEEL"이란 이름으로 사진의 다이버 워치에 적용한 적이 있다고 함

2. 어딘가 인터넷
 2000년대 시계 뒷판 나사부가 바닷물에 부식되어 열리지 않는 걸 보고 기존의 316L에서 904L로 변경
 가공성 차이 때문에 공정 전체 변경

위키페디아 쪽이 정설인 것 같은데 추가로 몇군데 사이트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1980년대에 시작한게 맞고 전 라인으로 적용한 것은 2003년. 1980년대에 처음 적용한 것은 시 드웰러.
OYSTERSTEEL이라는 단어는 2018년 바젤월드에서 쓰기 시작했으며 단순히 904L을 롤렉스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약간의 개량을 해서 롤렉스 고유의 재질을 만든 것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통상적으로 스뎅 시계들은 304를 쓰고, 나름 고급이라고 하는 메이커들에서 내세우는 재질이 대부분 316L이다.
애플 워치 스뎅은 재질이 뭐였더라?
여하튼 남들보다 고급 재질을 쓰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그 가격은 좀 아니잖아???

부식에 어느 정도 강하냐고 하면 업계에서는 통상 PRE라는 숫자를 들이댄다. 숫자라는 개념까지 합쳐서 PRE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몇가지 성분을 계산하여서 부식에 견디는 정도를 수치화해놓은 거다.
흔해빠진 304가 20, 316L이 26, 904L이 37 정도로 나온다.
근데 이 수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든 게 300번대랑 도저히 성능을 비빌 수가 없는 200번대가 수치가 비슷하게 나온다. 부식에 상당한 영향을 가지는 니켈이 계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왜 보완하는 지표가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금속 알레르기와도 관련이 있는데 보통 316L 정도만 쓰면 금속 알레르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904L이라면 뭐 말 안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금속 알레르기는 사람의 땀이 재질을 부식시켜서 나오는 니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904L로 가면 갈수록 니켈 함량은 더 높아지는데?
이건 니켈 함량과는 상관 없이 재질 자체의 부식에 대한 저항이 좋아지기 때문에 땀을 흘린다고 해서 부식이 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뭔가 좀 과한 부분으로 용도만 봤을 때는 필요가 없으나 남들과 확실히 차별화할 요소는 된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롤렉스는 내 취향이 아니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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