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정기적(???)으로 쓸 소재는 다 떨어져서 생각날 때마다 쓰다보니...아재템이 자꾸 나옵니다.
뭐 어쩌겠어요. 나이란 거 자연스럽게 먹어가는 거니 ㅜㅜ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매트릭스에 나오는 빨간 약(red pill) 말고, 어릴 때 어디 상처가 나면 바르는 약은 말 그대로 "빨간 약"이었다.
냄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빨간 통에 들어있던 빨간 색 액체였고 바르면 금방 마르는 그런 약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똑 같은 빨간 약이라고 약국에서 사온 것은 통은 빨간 색인데 내용물이 갈색으로 바뀌었다. 아예 통 자체가 갈색으로 바뀐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불만인 것은 예전 빨간 약처럼 잘 마르질 않는다는 거였다.
개인적으로는 색이 바뀐 건 그렇다치고 잘 마르질 않는 게 정말 불만이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흔하던 빨간 약이 왜? 어느 순간에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인가?
바뀐 그 갈색 액체에는 더이상 빨간 약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포비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포비돈은 상품명이 아니고 포비돈-요오드(Povidone-iodine)란 성분에서 앞에만 따낸 것이다.

어릴 때 빨간 약은 "아까쟁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일본어를 알게 되면서 "아까"의 의미가 빨간색이라는 건 알았는데 "쟁끼"는 뭐지?
일본쪽 위키를 뒤져보니 "아까징끼"가 맞는 발음 같다. "赤チンキ"라는 일본어로 요도드 팅크를 표현한 것이라는데 실제 요오드 팅크는 빨간색이라기보다는 검붉은색 또는 갈색에 가깝다.

실제로는 각각 다른 성분인 빨간색과 갈색 두가지가 혼용되고 있었던 것인데 난 빨간 약이 있을 때는 갈색을 본 기억이 없다. 여하튼 어느 순간 갈색으로 바뀌었다.
저때의 갈색이던 요오드 팅크도 현재는 쓰이지 않고 포비돈만 쓰이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요오드가 아니고 '아이오딘 팅크'가 맞는 건가?


본 신발이 아는 빨간 약은 머큐로크롬(Mercurochrome)이라고도 알려져있는데 이건 상품명이고 주 성분은 Merbromin이라는 물질이다. 상품명만 보면 수은(Mercury)이랑 크롬(Chrome)을 합성한 것 같은데 크롬은 들어있지 않다. 들어있지도 않은 크롬을 끌어들인 의도는 뭘까? 찾아봐도 안나온다.
그나저나 중금속인 크롬이 들어있지 않다고 안심하려고 했더니 수은???
Merbromin이라는 이름은 수은(Mercury) + 브롬(Bromin)에서 왔다고 하니 수은은 분명 들어있다.

C20H8Br2HgNa2O6


화학식은 이리 복잡한데 저 중간 쯤에 수은(Hg) 보이지 않는가?
우리가 쓰던 빨간 약은 Merbromin이 2% 정도이고 나머지는 에틸 알콜이나 물로 채워져있다고 한다.
본 신발이 빨리 말랐다고 기억하는 게 에틸 알콜 때문인 모양이다.

1918년 존스 홉킨스 대학의 교수가 발견한 이후로 전세계 가정의 상비약이 되었다.
이 물건이 사라지게 된 건 수은에 의한 우려 때문에 1998년 10월 미국 FDA가 안전한 물질에서 제외한
게 결정타였던 같다. 이후 2003년 독일, 2006년 프랑스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그럼 아까쟁끼라는 말의 원조인 일본에서는?
1973년 제조 과정에서 수은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조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소독약으로의 수요가 많아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와서 제조하는 방식으로만 허가를 해주었는데 이마저도 수은에 의한 환경 오염 방지에 관한 법률로 2020년 연말까지 일본 내 제조도 전면 중지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은으로 인한 미나마타 병의 이름이 일본에서 온 것인데 이런 것에 대한 반응은 또 생각보다 느리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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