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2차 보고 보고서 들어갑니다.


또각또각


이미 짤라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겠다. 간만에 재밌는 일이라 의욕도 막 샘솟고 그러니까 바로 두동강을 내버릴라고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이 양반(배에 맥주 만땅 들이키신 분)이 이 안경 쓰겠다고 달려들까봐 최대한 눈에 안띄는 부분에 손을, 아, 나 손 없는데, 발을 대기로 했다.

고무인지 실리콘인지 모르는 귀받침을 잡아뺀다. 그냥은 잘 안빠져서 열풍을 뿜어내는 시편 건조기로 살살 가열해가며 빼낸다. 이 모두 건조기는 80도 세팅인데 바람 조절이 안되어 바람을 내뿜는 순간 60도를 넘기기 힘들어한다.


빼낸 뒤에 커팅 툴(전문 용어로 뺀찌)로 다리 끝 1mm 정도를 절단한다. 딱 잡고 자를려고 힘을 주는 순간 그냥 툭 하고 끊어진다. 보통은 살짝 물리는 느낌이 들고 그 뒤에 딱 하고 끊어지는데 이건 뭐 거의 갖다대니까 그냥 끊어진다. 얇은 테를 이리저리 휘어봤을 때 꽤 탄성이 느껴져서 강도가 좀 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쉽게 끊어질 정도로 강한 건 좀 의외다.


시편을 분석하기 전에 오염에 의한 분석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CSI 마냥 장갑 끼고 시편을 세척하고 해야하나 월급루팡에게 그딴 건 사치다.
맨손으로 잡고 카본 테이프에 떡하니 붙인 뒤 EDS가 달린 SEM에 집어넣는다. 이 분석기에 대해서는 예전 유리막 코팅 편을 찾아보시라.

준비가 끝나고 일단은 측면은 찍어본다. 뭔가 까만 코팅이 된 거 같은 그면. 근디 나름 광택이 번쩍번쩍했는데 겨우 50배만 확대된 화면에서도 의외로 거칠게 보인다. EDS를 쓰려고 350배까지 땡겼더니 이 건 뭐가 이리 울퉁불퉁한지...


자, 성분이나 보자.
탄소(C)가 근 50%, 니켈(Ni)이 30%...흠 이게 뭐지? 일단 도금은 아닌데 난 모르겠음. 그러므로 그냥 통과. 니켈을 함유한 페인트 안료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 그딴 거 찾을 시간 엄음.


조금 더 확대하다보니 까만 코팅이 까진 부분이 나온다. 근디 표면이 왜이리 더러움? 우리 재료가 이렇게 나갔다면 바로 클레임 걸리고 난리날 수준인데? 겉에 코팅할 거라 밑이 거친게 좋다고 하기에는...
자, 모르겠고 에너지를 봐보자!!!

오잉???

철(Fe) 70%, 망간(Mn) 16%, 크롬(Cr) 11%, 니켈(Ni) 2%, 구리 (Cu) 1% 미만의 이 재료는???
예전에 가짜 스뎅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가짜 스뎅인 200 계열 스뎅의 구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안경테 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모넬 400 이란 니켈 합금과 흔해 빠린 304 스뎅과 XM-7으로 알려진 구리가 첨가된 스뎅이다.
근데 200 계열이라뉘, 역시 대륙의 기상인가? 국내 식기 건조대의 99%는 아마도 200 계열 스뎅이지 싶다.

아아악~ 순간 수년간 잊고 있었던 가짜 스뎅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못 쓸 이유는 없다. 니켈이 적어서 금속 알레르기에는 오히려 유리할 건데..그 대신으로 여름에 흐르는 땀과 함께 녹물이 흘러내리는 묘한 경우가 생길지도???

결론적으로 대륙의 기적은 없고, 저가 스뎅에 뭔가 코팅을 해놓은 것을 린드버그 안경의 카피로 팔고 있는 것이다.


이 각인은 꽤나 멋진데...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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