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외노자 나막신입니다.

 

베트남에서 코로나 백신 맞은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베트남은 코로나로 X판이다. 4월 정도에 시작된 4차 확산이 이전까지 1 ~ 3차 다 합친 것랑 비교도 없을 정도로 확진자가 늘었고, 별 의미 없는 비교지만 얼마전에 한국을 넘어섰다.

처음엔 북쪽의 하노이 근처 박장, 박닌이라고 공단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서서히 호치민으로 내려왔다. 북쪽이 어느 정도 진정세에 들어가던 6월 호치민에서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인접된 남쪽 지역으로 다 번져버렸다.

지금 남쪽에 확진자 규모는 북쪽과 비교불가할 정도로 커졌고, 특히나 빈증은 최근 호치민과 비슷한 규모까지로 확진자 수가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 전체 확진자의 반을 차지하던 호치민의 확진자가 줄었는데도 전체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건 호치민 인근 지역 때문으로 그 중에 빈증이 제일 많고, 내가 있는 동나이가 뒤를 따르고 있다.

 

백신 얘기가 처음 나온 건 6월 정도였다. 공단에서 수요 파막한다고 신청하래서 신청했다. 말 그대로 수요 파악이라 접종 일정 같은 것은 기대도 안했다.

호치민에서는 6월, 7월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봉쇄에 들어갔지만 이미 증가하는 확진자를 줄일 수는 없었다. 그 때문인지 백신의 공급이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는 외국인 제외였고 수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 7월 중순에는 백신 신청 홈페이지가 열렸다.

7월이 되자 따로 공문은 없었는데 일부 한인들이 아파트 단위로 진행하는 접종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7월말에 한인 포함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7군에 접종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인회도 별도로 받은 백신을 한인들에게 공급한다고 했다.

 

이때부터 백신 혼란이 시작되었다.

 

1. 접종 신청

영사관이나 한인회 모두에서 신청할 수 있는 건 전부 신청하라고 했다. 내가 신청한 곳만 해도 다섯군데나 된다. 집사람도 세군대에 신청했다.

어디는 외국인이 된다/안된다, 신청하고 가야한다/선착순이다 등등 다 말이 다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공급해준 아스트라제네카 때문에 우선 접종했고, 프랑스도 종류는 모르겠는데 백신이 들어와서 자국인에게 맞춰준 사례가 있다.

 

2. 이동

베트남은 지금 거의 전역이 코로나로 이동 금지 상태다. 개인의 이동은 긴급 사태 및 식료품 구입만 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백신 신청서까지 지참했지만 제지당해서 가지 못했다고 한다. 한인회에서 셔틀 버스를 준비한 거는 잘 한 것 같다.

 

3. 백신 증명서

여기는 아직 종이 위주라 기본적으로 종이로 준다. 2차 접종 때까지 이걸 잘 갖고 있어야 한다.

전산 등록도 되고 있지만 당장은 접종이 우선이라 입력이 느린 것 같다.

 

4. 백신 종류

베트남에 들어온 백신을 보면 대략 아스트라제네카가 80% 정도이고, 모더나가 10%, 화이자가 5%, 나머지가 시노팜 기타 등등인 듯 하다.

보통은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자는 모더나를 맞은 거 같고, 화이자나 시노팜은 거의 못 봤다.

시노팜은 7군에서 중국인들에게 따로 접종했다는 말이 있는데, 일반 접종에서 맞았다는 사람은 못 봤다.

 

5. 2차 접종

실제로 몇 %의 인원에게 2차 접종까지 했다고는 하는데 사실 다들 이건 거의 기대 안하는 분위기다.

 

본신발은 회사에서 신청한 걸로 맞았다.

아파트에 신청한 게 먼저 되어서 신청 용지가 왔다는데 지금 봉쇄로 집으로 갈 수가 없다. 그건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는 걸로 했다. 이 다음 다음날에 우리 아파트는 백신 부족으로 중단한다는 공지를 받았고, 용지를 받은 사람 중 바로 접종소로 간 몇명만이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집사람도 아파트 기다리다가 중단되어 한인회 쪽에서 선착순으로 진행하는데 가서 맞을 수 있었다.

 

회사가 있는 공단 지역 포함 호치민 인근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선 배정된 백신이 내려왔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이 달려왔다.

1. 종업원 100명 이상에 공장 숙식을 하고 있는 업체

2. 일본계 기업

3. 공공 인프라 관련 업체

4. 종업원이 수천명 이상 대형 업체 

 

다행히 조건에 맞아서 월요일에 긴급히 명단을 제출했는데 처음엔 접종 대상이 너무 많아서 일정이 안나온다고 하더니 토요일이나 일요일 쯤이 될 거라고 했다가 금요일 오후에 오겠다고 일정이 잡혔다.

오후에 온다했는데 3시가 넘어서도 안와서 확인해보니 지금 접종하고 있는 곳에서 늦어져서 저녁 6시나 7시쯤 될 듯 하다고 했고 결국에 6시 20분 정도에 도착했다.

 

책임자 한명, 관리자로 보이는 남자 한명, 접종하는 여자 한명, 뭐하는지 모르겠는 여자 두명 해서 총 다섯명이 도착했다. 다들 가운 같은 거 없이 사복을 입고 있어서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나이든 사람은 의사라고 했다.

백신은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있었고, 오자마자 주사기 깔아놓고 백신 병에서 필요한 양을 뽑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관리자는 간이 의자를 가져와서 사무실 안에 일정 간격으로 쭉 깔아놓기 시작했다.

백신이 뭔지 궁급해서 주변을 서성거리니 주사기로 다 뽑아낸 병을 보여준다. 아스트라제네카인데 일제다. 다쓴 병이라고 가지라고 주기에 받았고 책임자는 아예 뜯기 전에 포장된 걸 보여줬다. 오면 다들 무슨 종류인지 확인하는 모양이다.

실제 하는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이들도 할당량을 채워야할테니 체온 측정, 혈압 체크 다 건너뛰고 그냥 접종을 시작한다. 접종하는 한 사람만 방호복을 입고 나머지는 마스크만 낀 상태. 그나마도 접종을 시작하니 다른 세명은 어디 갔는지 사라졌다.

 

30명도 안되는 사람 놓는데 10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자리에 앉으면 왼팔을 알콜 솜으로 딱고 주사 찌르고 알콤솜을 접종 부위에 덮어준다. 어디서는 밴드를 붙여준다던데.

그러고는 깔아놓은 의자에 가서 안장있으라고 한다. 도착해서 준비하고 주사 다놓는데까지 다해봐야 20여분? 30분 체 안걸린 듯 하다.

접종 후 상태 체크하는 30분 동안 관리자인 듯한 남자가 계속 돌아다니면서 상태 확인하고 그 사이에 접종 관련 서류들을 작성했다. 서류 중에 건강 관련 체크하는 게 있는데 그냥 다 이상 없음으로 처리.

그렇게 30분이 지나서 아무 이상 없으니 5분도 안되는 시간에 정리해서 가버렸다. 다른 회사 가야하고 매일밤 10시 정도까지 일한다고.

 

월요일에 신청하고도 현실적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겠는가에 의문이 있었는데 온다고 하고는 너무 짧은 시간에 진행되어버리니 접종을 했다는 게 아직도 살짝 믿어지지 않는다.

접종한 밤에 집사람은 열이 거의 39도까지 오르고 엄청 고생했다는데 본 신발은 별 반응이 없었다.

 

처음 맞고는 몰랐는데 30분 기다리는 동안 주사를 맞은 왼팔이 뻐근해졌다. 가만 있을 땐 몰랐는데 서류 쓸 볼펜 잡으려고 팔을 뻗는데 엄청 둔해진게 확 느껴졌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왼쪽 어깨부터 왼쪽 귀까지만 열이 나는 게 느껴졌다.

주사 맞은 당일은 씻지 말라고 해서 세수하고 머리 감고 발만 씻고 방에 왔는데 아까의 그 증상 이외에 엄청나게 졸려서 그냥 자버렸다. 주사 때문에 그런 건지 그냥 피곤한 건지 모르겠는데 깨니까 밤 10시쯤 되었는데 아까의 증상 말로 특별한 건 없어서 그냥 잤다.

 

출근을 해야해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역시 어제의 증상은 그대로인데 팔에 통증이 조금 더 심해졌고,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서 타이레놀을 한알 까먹었다. 열은 안난다.

맞은 다른 사람들도 나랑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몸살하는 사람은 없다.

 

이쯤에서 백신이 혹시 오래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어제 받은 병을 확인해보니 유효기간은 21년 10월 3일까지.

 

접종 증명서는 일주일 정도 뒤에 나온다고 한다. 지금은 접종 자체가 급해서 서류 가져가서 작성한 뒤에 보내주는 것 같다.

 

덧붙여서 어제 호치민에서 부족한 백신 일부를 긴급히 중국제 시노팜으로 대체했는데(이전에는 중국제 안쓴다고 했음) 바로 안 맞겠다고 여러 곳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다. 백신이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여기도 시노팜의 인기는 바닥이다.

사진이랑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일부는 가짜 뉴스라고 하기도 하고. 여하간 오늘부터인가 다시 아스타라제네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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