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수란 이름 처음 들은 게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지 싶습니다.


또각또각


얼마전 얼핏 뉴스에서 왕수를 만들 수 있는 세트가 11번 거리에서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그런 위험물을 막 팔아도 되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무덤덤했던 게 직업 상 일주일에도 몇번씩 온갖 산이란 산은 다 접하고 있다보니 뭐 크게 와닿지도 않았다.

요즘은 좀 뜸한듯한데 한 때 염산 테러니 황산 테러니 하는 일도 꽤 일어나지 않았었나?


지금은 화장실 변기 딱는 다양한 약품들이 나와있었지만 본 신발이 기억하는 건 무려 염산이다. 변기에 노랗게 끼는 때를 지우는데는 염산만 한게 없다.


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왕수는 뭣인가? 일단 왕수라는 말 자체의 뜻부터 보자.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나?

왕수, 한자로 쓰면 王水다. 왕의 물? 왕이 마시는 물? 아니면 작은 거를 뜻하는 은어? 큰 거는 매화였지?


뭐든지 다 녹일 수 있는 물 중의 왕이라고 왕수라고 했다라는데 뭔 개소린인가 싶지만 맞는 말이다.

왕수라는 게 기록에 처음 나타난 것은 14세기 한 연금술사의 기록이라 한다.

이후 바질 발렌타인(바질이랑 발렌타인이 아니라능)이라는 연금술사가 연금술에 많이 쓰이는 12가지 과정을 그림으로 기록했는데 그 중 3번이 왕수가 금을 녹이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앞에 있는 용(?)은 제껴두고 뒤에 수탉을 여우가 물고 있고 그 여우를 다시 수탉이 물고 있는데 수탉이 금이고, 여우가 왕수라고 한다. 물고 물리는 게 녹고 녹이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뜻으로 이렇게 녹이면 빨간색 결정체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용의 피라고 한다. 금과 왕수의 결정체로 만들어진 피라니? 앞에 있는 건 고대의 에일리언 아닌가???


https://www.youtube.com/embed/XoqU1GfIOkI

이 동영상을 참조하시라.


영어로는 Aqua regia 또는 Aqua regis라고 쓰는데 앞이 왕실의 물(royal water), 뒤가 왕의 물(king's water)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걸 번역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왕수가 된 것 같다.

단순한 의미로 사람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어왔던 귀금속인 금과 백금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귀족을 없앨 수 있는 건 왕이란 의미다.

물론 만능은 아니라서 본 신발 주위에 흔해빠진 티타늄 따위(허세일까? 아닐까?)는 녹이지 못한다.


자, 그럼 본 신발은 뭐한다고 직업에서 왕수를 다루는가? 금속을 다루다보면 조직이란 걸 볼 일이 있다. 조직을 볼 때 종류에 따라 다양한 부식 용액을 쓰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왕수다.


왕수는 어케 만드는가?

쉽다. 왕수는 질산 1에 염산 3으로 섞으면 된다. 이게 다다.


자, 이제 11번 거리로 돌아가보자. 이미 다 지워져버려 실제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어떤 환경회사에서 팔았던 모양인데 구매 후기까지 올라와있었다고 한다. 경매에서는 진한 염산을 팔았던 모양이다.

시약 용이라 그런지 법적으로 판매에 문제는 없다고 하는데 일단 문제의 소지가 있어 지금은 내려간 상태라하는데 근래에 올라온 게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팔고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일반인들이 사서 뭘할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만한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미쿡에서 오래된 금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 따위의 때를 지운다고 왕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권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이 왕수는 금 자체를 녹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오래 된 금 반지의 때는 비눗물에 칫솔로 박박 문질러 보라.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냥 금은방을 찾아라. 아, 반지 같은 거 할 때 보석 박힌 거는 주의하라. 비누도 나름 알카리라 보석에 얼룩이 생길 수도 있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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