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액체 질소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소개를 하더군요.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또각또각


근 10년 전이었을까? 회사에서 전자현미경(SEM)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전자현미경 & 성분분석기

단색 CRT가 달린 구형 전자현미경이었는데 딱 보기에도 그닥 있어보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사용법이 너무 까다로워 활용도가 무척이나 떨어졌다. 특히 사진이 폴라로이드로 찍는 방식이라 이미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는 상황에 너무 불편했다. 관찰하는 화면 따로 사진 찍는 화면 따로.

이러다 보니 전자현미경은 잘 다루는데 사진은 잘 못 찍는 웃기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눈으로 확인은 했는데 사진으로 담아낼 수가 없는 그 안타까움을 아는가?

당근 본 신발은 둘다에 능했다.


그러다가 신규 전자현미경의 구입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화면으로 보고 바로 출력할 수 있는 WYSIWYG이 지원된다는 소리에 다들 환호했다.

거기다 이전에 빼놓고 사서 반쪽이라고 욕을 듣던 성분 분석 장치가 추가되어서 들어온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더해졌다.


사용법이 어느 정도 쉬워졌냐면 구형은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본 신발 포함 3명뿐이었는데 신형은 간단한 분석은 몇시간만 교육받으면 아무나 할 정도였다.


꿈에서나 그리던 성분 분석 장치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게 바로 냉각수(응?)로 쓰게 되어있는 액체 질소였다.

지랄 맞은 게 장치가 밀폐가 안되기에 쓰던 안 쓰던 계속 소모되어 지속적으로 보충을 해줘야 한다는 거였다. 혹여 다 떨어진 상태가 되어버리면 다시 질소 채우고 냉각하는데 30분 정도 허비하게 된다.

그렇게 또 몇년 후에 신형 전자현미경 교육이 있어 잠깐 갔었는데 눈 부시게 발전한 현미경의 성능보다는 성분 분석기의 냉각 장치가 일반 물을 쓰는 걸로 바뀌었다는 게 더 눈에 들어왔다.

역시 기술의 발전은 대단하다!!!


서론이 길었다고 뭐라 하지 마라. 금속학적 고찰이 다 그렇지 뭐.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액체 질소로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만드나?

간단하다. 액체 질소는 상온에서 온도가 무려 -196도다. 상상이 되는가?

그 춥다는 강원도 산골이 -30 정도일텐데 그것보다 백도 이상 더 내려간다.


예전에 EBS인가에서 액체 질소를 보여주면서 했던 실험이 장미와 개구리를 액체 질소에 담그는 거였다.

담궜다 꺼내면 장미는 손으로 툭 치면 산산히 깨진다.

개구리는 산 체로 담그면 완전히 굳어버리지만 그대로 두면 다시 살아난다. 이걸 두고 사람을 넣어도 똑같이 되지 않냐고 말이 많았을텐데 누가 그걸 하려고?


그게 머리에 박혀서 그런지 처음 액체 질소를 다룰 땐 신경을 많이 썼다. 솔직히 말하면 쫄은 거지.

액체 질소 보충하기

닿는 순간 피부가 얼어서 뜯겨져 나갈 거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써보니 이게 순간적으로 뭔가를 얼리진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에 안전불감증으로 맨살에 몇방울 튀기도 했었는데 그냥 따끔한 정도? 따끔한 건지 너무 차가워서 그런 느낌이 든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그러니까 장미나 개구리처럼 되려면 꽤 오랜 시간 담겨 있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액체 질소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간단하다.

아이스크리무~

각종 재료를 준비하여 잘 섞어놓고,혹은 미리 갈아서 액체로 만들어 두고, 거기다 액체 질소를 넣으면서 휘휘 젓는다. 그게 다다.

휘젓지 않으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지겠지?


이게 그럼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금속의 열처리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데 이런 식으로 급속 냉각을 하게 되면 아이스크림의 입자가 매우 미세하게 생성된다. 금속에서는 이런 조직을 마르텐사이트 조직이라 부른다.

거친 느낌의 큰 얼음 입자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미세한 얼음 입자의 우유 빙수 같은 그런 느낌이 된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냉각하면 흩어져있던 입자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짝짝꿍을 하게 되는데 급속 냉각을 해버리므로 가까이 갈 시간도 없이 '네놈 게 섯거랏!!!'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으로 보면 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재료의 제약도 덜 하고, 이런저런 걸 섞지 않으니 몸에 좋다고 말할 수도 있고, 먹는 느낌도 훨씬 좋고, 보기에도 눈 앞에서 연기가 풀풀 나고 하니 뭔가 있어 보이고!!!


나쁠 건 없네.


뭐 굳이 이런 거까지 인증할 필요가...


http://www.youtube.com/watch?v=wV7g8L633Sg

요건 유튜브 동영상 주소                   


회사에 있는 액체 질소를 가져갈 수 있다면 집에서도 해먹어 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거 관련해서 기사가 있다.

식품 첨가물로 질소를 사용하려면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액체 질소를 만들 수 있는 허가받은 시설에서 해야하는데 그냥 액체 질소를 취급하는 업체 아무데서나 받아와서 써버린 거 같다.

당장 우리만 해도 공업용으로 공급받는 거니까.


집에서 할려고 했던 분들은 참고하시라~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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