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다량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스타워즈가 디즈니로 팔렸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 우려한 것은 다이스베이더의 탈을 쓴 미키마우스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것이었고, 에피소드 7을 극장에서 봤을 때는 20세기 폭스사의 빵빠레가 빠져버린 것이 많이 어색했다.


그게 익숙해질려고 하니 로그 원에서는 'A long time ago 블라블라' 뒤에 바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도 어색하다. 첨에 뭔가 삼각형 실루엣이 보이길레 에피소드 4의 스타디스트로이어가 생각났으나 그건 아니었다.


사실 에피소드 7은 인물만 바뀌었지 거의 에피소드 4의 진행과 동일하다. 우려하던 영화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을 때, 나도 다른 스타워즈 팬들처럼 엑스 윙 때는 살짝, 밀레니엄 팰컨이 등장할 때 입이 더 벌어졌고 솔로와 츄이가 등장했을 때는 환성을 질렀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뭔가 부족했다. 재탕 느낌이 너무 강했고, 찌질이가 솔로를 찌르는 만행까지...


로그 원의 트레일러는 그것보단 더 격하게 와닿았다. 에피소드 4와의 연결이기에 이전의 메카닉이 그대로 나온다. 엑스윙도 구형 그 기체고, 데드 스타도 내가 아는 그 데드 스타다.

거기다 에피소드 6과는 다른 지상 전투 신까지.


시작하면 빠르게 분위기에 젖어든다. SF가 아니고 스페이즈 판타지였나 스페이스 오페라였나 여튼 배경만 우주인 그런 이야기인데 현란한 최첨단 기기가 아닌, 이젠 구형으로 보이는 각종 색깔의 표시등이 있는 데드 스타 내부의 모습이 정겹다. 스크린조차도 실시간이 아닌 컷으로 넘어간다.


지상 전투는 에피소드 6가 게릴라전이라면 이번엔 전면전 감각이 들어갔다.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스톰트루퍼의 사격 실력이야 여전하고. 몇몇 종류의 트루퍼가 더 등장하긴 했는데 검은애들이 조금 있어보이긴 하는데 뭐 그닥.


반란군의 총기는 거슬린다. 스톰트루퍼의 레이저 블래스터는 2차 대전 때 스텐 기관총에 껍데기를 씌운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반란군은 AR 계열(쉽게 말해 M-16)에 껍데기를 씌운 것이다. 반란군의 총기가 더 신형이다???

복장도 그렇다. 에피소드 6에서의 지상군은 그냥 옷에 약간의 위장이 들어간 망토 정도를 거친 것이라면 U-윙 안에서의 반란군은 베트남전 냄새가 심하게 풍긴다. 우주의 먼별 이야기인데 갑자기 지구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싸우는 배경이 바닷가인데 열대 분위기가 베트남의 해변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그리운 인물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제다에서 스쳐지나가는 예전 등장인물들이 그렇고, 에피소드 3에서는 먼발치에서 옆모습만 보이던 타킨 총독이 대놓고 나온다거나, 베이더 경이 직접 한판 떠주신다거나 하는데서는 정말!!! 반란군 측의 몬 모스마 등도 그렇고.


스카리프에서 실드를 부수기 위해 등장한 레드와 골드 편대장은 다시 나오신 것이 아니고 에피소드 4 때 찍어놓았던 장면을 새로 편집해서 쓴 것이라고. 허긴 다시 나오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마지막에 레아 공주의 모습은 같은 CG인 타킨 총독에 비해 많이 어색해보인다.


우주전은 뭐 항상 그렇듯이 도그파이트의 연속. X 윙은 기본이고, Y 윙이 폭격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에피소드 4에서 어뢰 두발에 그 큰 데드 스타가 한번에 나가떨어지는데 여기서 왜 그런지 의문을 풀어준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가장 강한 스포를 하자면 영화 포스터가 영정 사진이란 점이다. 포스터에 나온 사람들 다 죽는다. 여러 사람의 희생으로 얻어진 거란 거야 뭐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만 이렇게 몰살당할 줄이야...

내용으로 보면 첩보원 몇만 당한 게 아니고, 그 데이터 받으러 갔던 함대도 몰살당한 거 아닌가? 레이아 공주가 탄 배 한척만 간신히 도망친 거니까.


정리하면 스타워즈를 모르는 분에게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유명 배우 나오지 않는 B급 영화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그에 비해 에피소드 1~3에 크게 실망하고, 에피소드 7에도 다소 실망했다면 로그 원은 확실한 위안이 된다.

에피소드 7처럼 여주인공이 이끌어가는데 이 여주인공은 데드 스타 덕에 다시는 볼 수 없다.


스핀 오프로 두편이 남아있는데 한솔로의 젊었을 때 이야기와 보바 펫의 이야기다. 솔로 이야기가 땡기긴 하는데... 일단 기대를 걸어본다.


간만에 재밌게 봐서 두서 없이 적어본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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