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지우개를 '개시고무'라고 부르셨습니다. 어찌 보면 고무의 한 종류 같이도 보이긴 하죠. 그 개시고무가 어쩌다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알아봅시다.


또각또각


당신이 생각하는 지우개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 것은 그냥 고무 덩어리나 왁스 덩어리였다고 한다.

파피루스에 글자를 썼을 때는 지우기 위해서 갈아내야했으므로 지금으로 따지면 사포 같은 면이 꺼칠꺼칠한 돌로 문질렀다고 한다.

그 사이에 흔하게 퍼져 있던 거는 빵을 문질러서 지우는 것이었다. 먹는 거로 장난치면 안되는데...


1770년 영국의 기술자 Edward Nairne은 뭔가를 한참 적어내려가다 잘못 쓴 걸 지울려고 손을 뻗어 잡히는데로 문질러서 지웠다. 근데 지우고 보니 손에 있는 건 항상 쓰던 빵 조각이 아니고, 뭐 할려고 가져다 놓은지도 까먹은 고무 조각이었다.

'어라, 이걸로도 지워지네?'

당시에는 딱히 이름은 없었고 그냥 그런 고무 재질을 뜻하는 gum elastic이나 미국 인디언의 말인 caoutchouc 정도로 불렸다고 한다. 시계 줄 재질 중에 카우축이라고 비싼 게 있는데 천연 고무 재질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혹자는 Edward Nairne가 아니고 Joseph Priestley가 발명했다는 말도 있다. 1770년에 발간한

A Familiar Introduction to the Theory and Practice of Perspective 책의 서문에 Royal-Exchange 맞은 편의 Mr. Nairne이 팔고 있는 지우개가 겁나 잘 지워진다고 적혀있는 걸로 봐서 그건 아닌 거 같다.

이후 Rubber란 이름을 가지게 된 거 같은데 그건 지우개로 지우게 될 때 하는 동작인 Rub에서 온 것이라고.


이 고무 지우개의 단점은 빵과 똑 같았다. 조금만 두면 말라서 쩍쩍 갈라지는 거였다.

이걸 해결한 사람이 지금은 타이어 회사 이름으로 유명한 Charles Goodyear다. 고무에다 황을 집어 넣은 가황 고무로 이걸 해결했다. 타이이 회사 굿이어는 저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1858년 3월 30일 필라델피아의 Hymen Lipman이 우리가 흔히 보던 지우개가 붙은 연필로 특허를 받았다.

건망증이 심하던 그의 친구가 연필 뒤에 지우개를 고정해 쓰는 걸 보고 '이 쉑 똑똑한데'하고 지가 특허로 낸 것이다.

그러나, 이 특허는 무효라는 주장이 있어 법정까지 가게 된다.

기존에 있던 연필이랑 지우개를 단순히 합쳐 놓은 거져먹기이므로 특허가 못 된다는 것이다.

이 무효화를 주장했던 게 Faber Castell이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유행한 지우개 달린 연필이 유럽에는 상륙을 못했다.


왜 그랬을까? 거참 희한하네.


자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개시고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뭐 뻔하게도 일본어로 고무 지우개를 뜻하는 '消(け)しゴム'에서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추가하자.

지금의 고무 지우개야 뭐 거의 합성 고무 지우개인데 지우개를 보관할 때 한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지우개를 플라스틱이나 연필 표면의 도료 같은 것과 오래 붙여두면 녹아서 붙어버릴 수 있다.

이는 유연성을 주기 위해 포함된 가소제 성분에 의한 것이므로 주의하시라.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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