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에 의한 소독 얘기가 나와서 한번 써봅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회사 들어오고 얼마 안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사원 때? 대리 때?
무슨 주제의 회의였는지, 왜 그얘기가 나왔었는지 기억이 안는데 구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여하튼 재료 상에 구리를 첨가했을 때의 효과에 대해 얘기가 나왔는데 주제는 가공성의 향상이었다.
당시 나사를 만들 용도로 쓰는 스뎅에 대해 언급 중이었고, 일정량 구리를 첨가한 재료 쪽이 가공성이 훨씬 좋다는 내용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구리의 무른 성질이 스뎅에 첨가했을 때도 그대로 나타나서 두들켜 패서 가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거다.

A : 생산이사
B : 영업이사
C : 나막신

A : 스뎅 A는 구리가 2%고, 스뎅 B는 3%이니 이 고객이 만들려는 나사는 B가 맞다.
B : 고객이 비싸다고 스뎅 A로 해달라고 한다. 무조건 맞춰달라.
A : A로 했을 때 가공은 될지 몰라도 불량율이 높게 나오고 공구 수명이 안나올 거다.
B : 어느 정도 불량율이 예상되는가?
A : 아다시피 고객마다, 제품마다 다 다르니까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뭐 이런 얘기가 오갔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뜬금 없이 내게 질문이 왔다.

A : 어이 C, 재료에 구리를 첨가했을 때 가공성 향상 이외의 다른 효과에 대해 알고 있나?
C : ...잘 모르겠습니다.
A : 이런 신발, 항균 작용 몰라? 항균 작용?

그렇다, 난 그때 구리의 항균 작용에 대해 뼈저리게(?) 각인이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스뎅에 대한 내용에는 크롬이랑 니켈 넣는 설명만 있지 구리에 대한 것은 일언반구도 없었다(라고 기억하고 있...).
구리에 대한 것은 주로 단독으로 정련하는 공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구리를 다시 뇌리에 새기게 되는 글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유하셨다가 유해성 논란에 내용이 지워진 상태라 따로 링크는 걸지 않겠다.
원 글의 내용은 초음파 가습기의 내부 탱크 살균을 위해 구리를 넣었고 물 때가 전혀 생기지 않는 등 효과가 좋았다는 것이었다. 호오라~ 이거 아주 신박한 아이디어인 걸???
그런데, 댓글로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그 구리가 물에 녹아 물 입자랑 뿌려지면 유해할 수 있다는 거였고. 이 유해성 때문에 시작 부에 소재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올리질 못했다. 죄송스럽다.

위 사진은 이번 편에서는 딱히 사진을 넣을만한 것이 없어 그냥 인터넷 검색에서 걸린 독일 무슨 예술 박물관에 있다는 가습기 사진을 넣어봤다.

구리의 항균성 때문에 문 손잡이나 난간 등을 구리가 들어간 재료로 만들어서 실제 항균 작용이 일어난 다는 글은 좀 검색이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구리 성분이 들어있다는 항균 필름들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덧 씌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습기에다가 구리 조각을 직접 넣어서 썼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머리에 떠오른 것이 구리 자체가 비싼 금속이긴 하지만 조각 그거 얼마하지도 않는데 왜 제작 업체들은 넣지 않는 것일까? 암만 단가가 올라간다해도 99.9% 항균이니 물때가 생기지 않는다 하면 사람들 다 몰려가서 살텐데? 고급화 추세에 딱 좋은 소재인데?
일단 국내 검색 엔진 두개에서는 유기, 쉽게 말해 놋그릇 재료를 넣은 제품 하나가 검색되긴 했다.
그런데 17년 12월에 판매를 시작한 건지 그때 조금 글이 있고 이후로는 없다.
놋그릇에 쓰이는 유기는 대략 구리 78%, 주석 22% 정도의 합금이다. 그래서, 두개의 색깔이 섞여서 우리가 아는 그 금색 비슷한 그 색이 된다.
유기의 경우 제대로 관리를 안하면 색깔이 변하는데 이건 음식과 닿기 때문이다. 음식들이 성분이나 산도만 봤을 때 꽤나 부식성이 강하다.

이거 말고 검색에 걸리는 게 오리 모양으로 생긴 유기 조각.
일단 광고 자체에 가습기에 써도 된다고 되어있고,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식이 생기면 수세미로 지우고 다시 넣으라고 되어있다. 부식이 일어났다는 것은 표면에서 뭔가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인데 이 반응에 의해 금속 성분이 물에 녹아들어갔는지까지 찾아볼 신발이 아니다.

2, 3만원 짜리 유기 쪼가리가 이런 효과가 있다면 가습기에 집어넣고 10만원 쯤 더 받아도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이게 물입자랑 같이 방출되어 사람 몸에 들어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가 우선 검증되어야 하겠지. 얼마전에 크게 터졌던 살균제 문제도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지 않았나?
본 신발도 한 동안 그거 썼었는데 제에에엔장!!!

몇가지 검색어로 더 돌려보니 울나라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서울대랑 국립환경과학원에서 19년에 발표한 논문이 하나 검색되었다.
제목이 무려 "가습기 사용 물의 종류에 따른 공기중 유해물질 농도 평가"
이걸로 일단 가습기에 수돗물을 쓸 것인가? 정수기 물이나 증류수를 쓸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국내 O사의 초음파 가습기를 사용하고 수돗물은 그냥 서울시의 수돗물, 정수기 물은 C사 정수기 물, 증류수는 국내 J 사의 것을 사용하여 비교하였다.
결과는 예상한데로다 수돗물 > 정수기 물 > 증류수 순으로 입자가 많고 그 입자에서는 중금속들도 많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그 농도가 낮아서 공기 중으로 발생된 중금속이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 기억이 맞으면 실제 가습기 업체들 설명서에는 정수기 물 말고 수돗물을 쓰라고 되어있다. 그게 정수기를 통과한 물은 수돗물 대비 살균 성분이 없어 더 빨리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면 물 좀 자주 갈아줄 생각하고 그 허연 가루도 줄일 겸 정수기 물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연결해서 찾아낸 것이 미국 EPA의 보고서 한가지.
제목은 "Use and Care of Home Humidifiers"로 가정용 가습기의 사용과 관리 정도로 번역이 된다.
내용에는 초음파, 자연증발식, 기화식, 가열식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물 사용에 대해서는 수돗물 사용시 위에 결과처럼 여러가지가 나오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되어있다. 정수기 물이나 증류수를 쓰는 것은 그 허연 가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도대체가 구리를 직접 언급한 것은 못찾다가 드디어 하나가 걸렸다.
1970년에 Dean이라는 양반이 가습기에 항균 목적으로 구리를 넣었다는 거였다. 오호라, 이게 딱 원하던 거네!!! 그런데 이 글은 1981년 거네???
근데 원본 내용은 찾을 수 없고 요약 정도만 있다. 영어긴 한데 글 내용이 좀 혼란스러워서 월남 온지 1년 넘어 영어도 다 까먹어가는구나 하고 한글 번역기나 돌려볼까 했는데 원문이 독일어인 듯 하니 본 신발의 영어 능력은 문제가 없다???
가습기를 사용한 한 그룹과 공기에 구리를 추가한(어떻게???) 그룹으로 나누어서 소변에 나오는 구리 함량을 검사했고 두번째 그룹이 2일을 넘기는 시점부터 정상보다 훨씬 많은 구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글 시작으로 봐서는 가습기에는 구리가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구리를 추가한 공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게 가습기에 구리를 넣어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험 설명 부분에는 그 이비인후과 가면 호흡기에 연기 뿜어주는 네뷸라이저인가 까지 언급되어 있어 더 혼란스럽다.
다만 맨 끝 부분에 어느 쪽도 구리 중독에 의한 증상은 없었다는 걸로 봐서는 써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금속학적 고찰 고유의 결론을 내어보자.
본 신발이 알아낸 건 여기까지고 더 이상은 모르겠고, 사용 여부는 당신들의 몫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어가고 있다. 세계 1위의 의료 선진국으로 우뚝 선 울나라를 찬양하라!!!

멀리서 코로나로 인해 재외투표도 못해 죄송한 나막신이...ㅠㅠ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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