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초 5만불까지 치솟았던 니켈 가격이 중반되면서 3만불로 다운되었습니다. 하아~ 어찌될란지 아무도 몰라요.

--- 이 선 아래는 06년 12월 기준의 글 ---

2004년 초 지금은 양산 중인 어떤 별난 스테인레스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게 이렇게 많이 쓰일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또각또각

예전에 기본적인 스뎅에 대한 사항은 썼었으니 그쪽은 넘어간다.
통상 스뎅은 크롬 12% 를 기준으로 한다. 혹자에 따라선 10~13%까지 수치가 제각각이다.
수치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기본적으로 크롬을 넣게 되고 함량이 높아질수록 녹이 덜 핀다. 거기에 니켈까지 들어가 시작하면 거의 녹이 안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르나...문제가 갈수록 모든 것들이 고성능을 요구하면서 스뎅의 수요는 점차적으로 늘어났고 물건너 중국의 엄청난 성장으로 인해 스뎅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금속들의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니켈 가격이었다.

꽤 알려진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니켈 중 65%가 스뎅 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거의 스뎅의 수요가 니켈의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정확하게 안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밀레니엄 뻐그의 영향을 서서히 받은 때문인지 00년만 해도 톤당 $10000 정도이던 것이 지금은 거의 $30000으로 거의 3배가 올랐다. 하지만 이노무 가격 폭등은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쇳덩어리 거래상 LME 조차도 손들어버릴 정도로 엉망진창이라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다 보니 스뎅의 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뉴스에 나오듯이 스뎅 대문이나 다리 난간까지 뜯어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다보니 소매상들도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면 사재기에 들어갔던 예전과 달리 필요하면 사쓰지 뭐 하는 식으로 포기 분위기로 들어갔다.

이렇게 개판이 되어버린 시장에 중국제나 인도제까지 쏟아지기 시작하믄서 가격은 더 엉망이 되었고 이 상태에서 통칭 '가짜 스뎅'이라는 것이 나돌기 시작했다.

국내 모 업체에서 심각성을 조사하기 위해 마트 등에 팔리는 각종 스뎅 제품을 사들여 성분 분석을 해본 결과 거의 50% 이상이 스뎅이라고 표기하고 있음에도 가짜 스뎅인 것으로 판명되어 생각보다 사태는 심각했다.

도대체 가짜 스뎅이란 뭣일까?
사람들은 통상 스뎅은 자석에 안붙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건 헛소리다. 통상 스뎅은 금속 조직에 따라 4종류로 분류한다.

1. 오스테나이트 계
2. 페라이트 계
3. 마르텐사이트 계
4. 석출경화 계

오스테나이트 계가 통상 3으로 시작하는 300계열 스뎅으로 주방용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넘이다.
페라이트 계는 4로 시작하며 수세미 용 스뎅이 이넘이다.
마르텐사이트 계도 4로 시작하며 스뎅치고는 강하기 때문에 칼이나 베어링 등을 만들 때 쓴다.
석출 경화계는 6으로 시작하는데 일반 생활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물건이다.
요즘 들어 각광받는 듀플렉스 계열이 있는데 이것도 일상 생활과는 크게 상관 없으니 넘어간다.

일상 생활에선 통상 300계열이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그 중에도 304(18-10), 316(18-10)이 젤 흔하다.
이 300 계열이 자석에 거의 붙지 않기 때문에 스뎅은 자석에 안 붙는다는 이상한 선입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페라이트 계랑 마르텐사이트 계는 강철마냥 자석에 철썩철썩 들러붙는다.

가짜 스뎅도 사실 스뎅이다. 가짜 스뎅은 오스테나이트 계에 속하며 2로 시작하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200 계 스뎅은 비싼 니켈을 300 계열보다 낮추고 니켈이 줄어들면서 녹이 피기 쉬워진 성질을 가격이 싼 망간으로 보강하고 이를 안정시켜 주기 위해 질소를 약간 더했다.
300 계열보다 녹이 잘 피긴 하지만 대신에 가격을 낮춘 것이다. 녹이 잘 핀다고 해도 400계보다는 양호하며 일상 생활에서 쓰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200 계열 스뎅은 원래 1930년대에 개발되었다. 하지만 개발되고도 녹이 피는 문제로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다가 1950년대 2차 대전 때 히트를 크게 한번 쳤다. 군수 물자의 대량 생산에 니켈이 부족해지자 스뎅은 필요하고 니켈은 모지라고 하다보니 대량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때 그 유명한 지포 라이터조차도 동을 구할 수 없어 껍데기를 철로 만들어써야했던 불운한 시대가 아니었는가?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니켈 가격이 회복되면서 다시 있느지 없는지 존재감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1980년대 니켈 파동이 오면서 다시 한번 들먹였다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기자들이 300 계열을 위협하는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2001년 전체 스뎅 중 약 5% 였던 것이 2005년에는 10%로 두배 성장하긴 했다.

최초 나막신이 개발할 당시에는 애를 좀 먹었다. 가공성이 300 계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며 녹 피는 문제도 심각했다. 개발 당시의 결론은 생산은 가능하나 공정이 까다로우며 녹 피는 문제로 스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거였다.
강제로 녹을 피우기 위해 소금물을 뿌리는 시험을 실시하는데 300계의 경우 일주일 이상을 버티나 200 계열은 3~4일을 버텼다. 400 계열이야 하루만 지나도, 빠르면 하루 이내에도 녹이 핀다.
하지만 400 계열을 300 계열이라고 속여파는 일은 없다. 400 계열은 일반 가정의 주방에서도 잘못 다루면 녹이 필 정도이니 속여팔았다가는 난리가 날 판이다. 그러나, 200 계열은 일반 가정용에서는 녹이 피지 않는다.
최초에 '가짜 스뎅'이란 말은 스뎅이 뭔가 잘못되어 녹이 피거나 자석에 붙을 때는 지칭했으나 200 계열이 등장하면서 계열임에도 300 계열인 척 팔아먹기 시작하며서 '가짜 스뎅' 원래 말의 의미가 바뀌어 버렸다.

자, 그럼 가짜 스뎅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전문가인 본 신발(나 전문가 맞어???) 입장에서도 단순 외관 관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화학적으로 성분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


뭐 국내 모 식기 건조기 업체에서 300 계열 생산을 포기하고 전부 200 계열로 전환한다고 했다고 할 정도니 이제 식기 건조기의 스뎅은 걍 200 계열이라고 보시라. 다행히도 수저가 200 계열로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다.


몇 방울 떨어트리면 색이 변해 확인할 수 있는 시약도 나와있긴 하지만 일반인이 구하기는 그렇게 쉽지도 않은데다...그렇게 빡빡하게 세상 살아가고 싶은가?
그리고, 사용 용도 상 어쩔 수 없이 300 계열을 써야하는 데도 있기 때문에 200 계열이 300 계열의 지역을 전부 장악할 수도 없다. 다만 지독한 환경에서는 듀플렉스나 신 합금들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고 널럴한 환경에서는 200 계열이 늘어가는 추세니 300 계열의 입지가 좀 줄어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조직 간의 세력 다툼처럼 조금 더 먹어볼라고 억지로 뺏는 게 아니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물론 200 계열이 치고 들어오는 건 좀 눈꼴 사나울 거다.
더 아쉬운 게 이 저가 200 계열의 최대 생산국이 인도랑 중국이다. 고가품으로 치기 어려우니 저가품부터 다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 변하지 않는 건 없는 모양이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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