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외근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갔더니 뭔가 코를 찌르는 자극성의 냄새가 나더군요.
뭔가 익숙하지만 그다지 친하고 싶지 않은 그 냄새는 소변기에 들어있는 하얀색 물질 때문이었습니다.
또각또각
좀약이라 불리던 하얀 덩어리를 기억하는가?
좀약이란 말을 알아듣는 순간 당신은 나이 인증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에 좀이 슬지 않도록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하얀 덩어리를 종이에 싸서 옷장에 옷과 같이 넣어둔다.
그럼 좀이 슬진 않는데 옷장을 열 때마다 약간 자극성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자극하게 된다.
신기한 건 냄새만 나는데 몇달 지나 꺼내보면 덩어리의 크기는 줄어있다.
좀약으로 불리던 이 묘한 덩어리의 이름은 나프탈렌(Naphthalene)이다.
보통 고체가 기체로 변할려면 액체로 일단 변했다가 다시 기체로 변하는데 나프탈렌은 희한하게 고체에서 바로 기체로 변한다. 이 현상을 유식한 말로 승화라고 부른다. 나프탈렌은 승화성 물질이다.
그래서 옷장에 넣어두면 뭔가 액체로 흘러나오는 것도 없이 냄새만 풍기며 점점 줄어가는 것이다.
이 성질은 나프탈렌의 분자 구조 때문이다. 방향족탄화수소로 분류된다.
방향이란게 동서남북 마냥 어느 방향을 가지는 그런 탄화수소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이 산이 아니다!!!
방향은 향을 뿜는다는 뜻으로 승화되어 냄새가 난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탄소가 육각형 고리 형으로 분포하고, 각 탄소에 수소가 하나씩 들러붙은 형태를 방향족탄화수소로 부른다. 앞서 말했던 이름의 뜻처럼 이 구조를 가지는 대부분의 물질은 특유의 암내(응?)를 뿜는다.
육각형 고리가 한개면 벤젠이고, 고리 두개가 한쪽면을 맞대고 이어져있으면 나프탈렌이다.
어떻게 만드느냐?
원재료는 콜 타르(coal tar)이다. 예전에 골탕 먹인다고 할 때의 골탕의 어원이 콜 타르에서 왔다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당신에게 묻고 있는 거다.
1820년 두명의 전혀 관계 없는 화학자가 따로따로 콜 타르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자극성의 냄새가 나는 물질이 생겼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1821년 영국의 물리학자이면서 화학자이면서 지질학자인(천잰데?) 존 키드가 요놈을 알아보고 나프탈렌이란 이름을 제안했다.
특별한 뜻이 있는 게 아니고 원유를 증류해서 석유 화학의 원료로 많이 쓰는 나프타(naphta)에서 대충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나프탈렌이 가장 대량으로 쓰이는 곳은 좀약이 아니고 화학물질의 원료다. 나프탈렌이 최종 가공물이 아니고 나프탈렌을 가져가서 다른 걸 만드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게 무수 프탈산의 원료인데 이 넘은 다시 염색 약품의 재료가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건 좀약 용도이고, 그것 말고는 화장실 용도가 되겠다.
근데 어느 순간 싹 사라졌다는 거 못 느꼈나? 지난 주에 봤으니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왜일까?
사람에게 해롭다는 게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뭐 다른 거 다 제껴두고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
혹 집에 나프탈렌을 아직 쓴다면 추억에 젖어 킁킁대며 냄새 맡지 말고 요즘 다른 대체 물질 많이 나오니 지금 이 순간 바꾸시라.
본 신발은 당신의 건강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