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의 느낌이 나는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 파슬 하이브리드 HR을 구입했습니다.

 

간략한 사용기를 적어봅니다.

 

이하 반말로 진행합니다.

 

또각또각

 

본 신발의 스마트 워치 역사는 대략 이렇다.

 

카시오 블루투스 -> 페블 스틸 -> 페블 2 HR -> 페블 라운드 -> 스카겐 팔스터 2 -> 가민 비보액티브 3

 

페블 스틸과 페블 2 HR이 가장 만족스러웠지만 이미 너무 오래되어 맛이 가버렸고, 페블 라운드는 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배터리와 너무나 싸구려같은 재질감에 지쳤다.

팔스터 2는 정말 예뻐서 샀다가 구글의 웨어 OS가 페블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고 비보액티브 3는 스포츠 지향임에도 꽤나 괜찮은 스마트 워치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비보액티브 3가 약 6개월을 넘긴 시점에 몇번의 업데이트를 거치더니 시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바보가 되어갔다. 박대리 수명도 20% 정도는 빠진 것 같고. 그때가 19년 연말쯤이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중저가 시계메이커 파슬에서 새로이 내어놓은 전자 잉크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시계.

정식 명칭이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 HR 콜라이더로 무쟈게 긴데 통상 파슬 하이브리드 HR로 불린다. 파슬에 원래 콜라이더란 시계가 있었는데 이 디자인 기반으로 만든 것 같다.

고전적인 시계 디자인에 초침을 뺀 시침, 분침이 있고, 시계의 다이알에 해당하는 부분이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로 되어있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최소 2주 사용이라고 되어있다.

 

그냥 봤을 때 스마트워치가 아닌 일반 시계인 것처럼 보이는 시계로 바꿀려고 했던 나에겐 딱이었다. 사실은 가민의 마크 시리즈가 땡겼지만 가격이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수준(200만원 후반)이었다.

 

국내에 20 ~ 30만원 정도로 정식 수입되었는데 문제가 하나있었다. 화이트리스트가 있어서 구글 관련 프로그램과 몇몇 유명한 프로그램에서의 알림만 가능하다고 카톡이나 이런 것들은 알림이 안된다는 거였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는데 올해 2월인가 디자인이 약간 변경된 신모델을 내놓았고, 그 전에 화이트리스트가 삭제되고 카톡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의 알림을 지원한다고 바뀌었다.

 

마침 다이버 스타일의 시계를 하나 사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새 디자인이 그거라 구매하게 되었다.

한국에도 출시가 되어 원래는 6월쯤 들어갈 일이 있어 미리 사놓고 가져오려했으나 코로나 터지면서 바이바이 되고, 원래 사려했던 은색 모델은 한번 나오고는 다시 입고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베트남의 구매 대행을 통해 몇만원 정도 더 주고 구입했다.

미국에서 베트남까지 약 3주 정도에 받았으니 의외로 베트남의 구매대행도 쓸만한 것 같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니 넘어가고 비보액티브 3의 전자시계 감성에서 묵직한 진짜 시계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좋고 케이스의 만듬새도 괜찮다. 줄이 통짜가 아니고 판을 접어서 만든 건 좀 그렇다. 몇몇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무리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대충 해놨다.

요즘 많이 나오는 핀을 쉽게 뺄 수 있는 방식이라 교체는 쉬운데 폭이 22mm로 나와서 내가 가진 20mm 시계들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줄이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른다 치지만 유리는 좀 그렇다. 사파이어 유리나 반사 코팅 같은 거야 기대도 하지 않지만 표면을 자세히 보면 맨눈으로 봐도 자글자글한 구멍 같은 게 보이고 두드려 봤을 때 유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좀 들고.

 

다이알 부분의 E 잉크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은 좋다. 검은색 부분이 완전히 검은색이라기 보다는 아주 짙은 회색의 느낌이고 자세히 보면 글자 등의 해상도가 조금 떨어지긴 한다.

 

다이버 시계 스타일이라 베젤이 있는데 돌아가지 않는다.

 

뒷면의 심박 측정 부분과 충전 부분은 플라스틱이다. 다행히 3기압 방수라 손을 씻거나 할 때 따로 벗어두진 않아도 된다.

 

이제 기능을 보자.

 

본 신발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알림(노티)와 알람이다.

알림은 잘 온다. 그런데 시계 자체의 무게 때문인지 진동이 약한 편이고, 화면 표시 시간도 짧아서 전화처럼 지속적으로 표시되지 않으므로 놓치기 쉽다. 화면 표시 시간이나 진동 종류 선택 같은 건 없다.

원래는 알람 기능이 없어 불평한 내용을 적었는데  이 글을 쓰는 사이 앱이 업데이트 되면서 생겼다. 앱에서 알람을 설정해 시계로 보낼 수가 있다. 날짜 별로도 설정할 수 있고 기능이 괜찮다.

알람에 문제가 하나 있다 아이폰에서의 알람은 시계로 오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아이폰에서 알람이나 타이머를 걸어서 아이폰에서 알람이 울렸을 때는 시계로 알림이 오지 않는다. 아이폰만 울린다. 지금까지 썼던 다른 시계들은 아이폰의 알람도 알려줬었다.

타이머는 설정 시간이 되면 딱 네번인가 다섯번의 진동이 오고 멈춘다. 다른 시계들이 내가 알아챌 때까지 계속 울리던 거랑 다르다.

 

백라이트도 문제가 좀 있다. 다른 시계들은 시계를 들거나 알림이 오면 자동으로 백라이트를 켜서 어두운 곳에서도 보기 편하게 해주는데 얘는 그런 게 없다. 제일 불편한 거는 어두운 곳에서 시계 자체를 조작해야할 때도 백라이트가 켜지지 않는다. 유리 부분을 두번인가 두드리면 백라이트가 켜지긴 하는데 시계를 조작하는 와중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지되지 않고 그냥 꺼져버린다. 거기다가 유리에 손자국도 남는다.

시간만 본다면 바늘의 야광은 꽤 강한편이라 잘 보이는데 각 시간을 표시하는 원형 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아 뚫어지게 봐야 한다. 그리고, 이 야광도 오래 가지 않는다.

 

터치가 안되는 시계라 3개의 버튼을 이용해서 조작한다. 크라운 위치의 버튼은 생긴 것도 크라운처럼 생겨서 돌리면 스크롤이라도 될 줄 알았는데 이것도 그냥 버튼이다.

시계 바늘은 알림이 뜨거나 다른 조작을 할 때는 중간에 일자로 배치되어 글자를 가리지 않는다. 기능에 따라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부분은 괜찮아 보인다.

 

앱도 별로 기능은 없다.

걷기나 심박 기록을 보여주는 화면(HOME), 다이알의 설정(CUSTOMIZATION), 앱 별 알림 설정(ALERT), 마지막으로 일반 설정(PROFILE)을 하는 네가지로 나뉜다.

앱이 업데이트 되면서 CHALLENGE라는 메뉴가 들어왔다. 운동에 대한 목표 설정인 듯 하다.

수면 추적도 있긴 한데 이 무거운 시계를 차고 잘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배터리는 오래 간다. 페블 2 HR이 심박 기능을 끄면 5일, 켜면 3~4일 정도 갔고 비보액티브 3는 바보가 되기 전에 5일을 갔다. 그런데 이 녀석은 기본 2주는 그냥 간다. 스펙 상 2주로 기억했는데 지금 홈페이지에 다시 보니 3주로 되어있다.

처음 사고 완충한 뒤 2주 사용하고 배터리가 30% 이상 남은 걸로 봐서는 정말 3주 갈거 같다.

다른 시계들은 오래 쓸려고 밤에 껐다가 아침에 다시 켜기도 했는데 얘는 그런 거 필요 없다. 몇일 간의 출장이나 갑작스레 하루 이틀 집에 못 들어갈 일이 생겨도 아무 문제 없다.

 

운동 기능이 있긴 있는데 본 신발에겐 필요없는 부분이라 써보지 않았다. 

 

단점을 많이 썼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의 장점은 딱 두가지다.

첫째, 일반 시계로 보이는 튀지 않는 디자인.

둘째, 2주는 너끈, 3주도 가능한 배터리.

 

지금까지의 하이브리드 워치들이 일반 시계를 기반으로 하여 표시창이 작거나 아예 없어서 알림이 한정적으로만 보여지던 거에 비해서는 기능이 많다. 하이브리드 워치로는 최상급이랄까?

하지만 이 가격이면 하이브리드 워치 종류는 아무거나 다 살 수 있고, 심지어는 스마트워치도 구입이 가능해서 추천하기는 좀 애매하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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