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가게에 갔다가 미션이 이상하다는 QM5 운전자를 만났다.

처음 수동 모드로 변속을 하면서 달렸는데 기어도 맘대로 변속되지 않고 가속이 되긴 커녕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는 거였다.

어떤 식으로 변속을 했냐고 물어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수동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올리려고 기어 단수를 올리려고 했다고.

가속을 하려고 힘을 내려면 기어 단수를 내려서 rpm을 높여야한다. 그런데, 반대로 기어 단수를 올려서 rpm을 떨어트리려고 하니  ECU에서 이러면 안됨 하면서 변속을 안시켜준 거다. 설사 운 좋게 변속이 되었다 해도 rpm이 뚝 떨어지니 힘도 같이 뚝 떨어진다.


면허를 딴지도 오래되었고 처음 아버지가 운전연수를 시켜주셨던 차는 자동 기어였지만 실제 운전은 수동 기어가 달린 1톤 트럭으로 시작했고 승용차도 수동으로 타서 10년 넘게 수동 기어를 다룬 내게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와이프는 면허는 수동으로 땄지만 자동만 쭉 몰아서 이젠 클러치가 있다는 것 말고는 기억도 안난단다. 그래서, 내가 와이프 차를 몰면서 수동 모드로 기어를 조작하니 그거 뭐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기어는 P, R, D만 쓰는 거 아니냐고.


그러고 보니, 예전 자동 기어 차들은 P, R, N, D에 힘을 주기 위한 L이나 3, 2 정도만 있었다. 그러다 요새 기어가 다단화되면서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수동 기어처럼 1단으로 출발하면서 쭉 전체 기어를 다 쓸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자동으로 운전을 하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까? 예전처럼 L 정도만 주는 게 더 낫지 않나? 예전처럼 만들지 않는 것은 그게 원가가 더 들어서이지 싶은데 참 애매하다.


예전에 후배 가게에 수리를 맡기고 후배 차를 빌려갔던 아주머니가 전화가 왔다. 차가 소리만 크고 잘 안나간다고. 자기 차 고장났나 싶어 다른 차로 달려간 후배는 당황스러웠다. 아주머니가 운전 중에 기어를 건드려 수동 모드로 바뀌면서 3단으로 고정되어버렸던 것.


이런 거 보면 수동 모드 변속도 아예 옵션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


그러고 보니 처음 자동 기어로 바꾸고 왼발이 참 어색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다. 그런데 오른손은 지금도 가끔 기어를 잡아당기고 싶어한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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