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은으로 된 카드를 무려 10만원에 팔았습니다.


알아봐야겠지요?


또각또각


11월 말이었다. 친구를 만나 별바당에서 커피를 한잔 하려던 본 신발의 눈에 묘한 게 눈에 띄었다.

12월에 찾아오는 새로운 카드? 무려 은??


딱히 커피 취향이 없는 본 신발이 별다방 카드를 만든 거는 딱 한마디 때문이었다.

'야이 ㅂ ㅅ 아, 카드 만들면 샷 추가 공짜라고'

-0ㅡ;;;


그러다보니 아무나 준다는 골드 카드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플라스틱 쪼가리에 맘을 빼앗길 본 신발이 아니라서 카드 수집까지는 안하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은이라니!!! 것두 도금도 아니고 진짜 은이라니!!! 은이라면 뽐뿌 좀 오겠는데!!!


티타늄이라 카본이랬음 얼마가 되든 내가 산다!!!!!라고 외치겠기야 하겠지만 정작 나오면 가격이 감당이 되려나?


실버 카드를 검색해보니 11월에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몇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정판이고 200달러를 내고 사면 50달러가 충전되어있다. 그러니까 카드를 150달러 주고 사는 셈이다.

국내는 그나마 이것보단 싸게 나온 셈이다. 20만원이지만 실제 카드 10만원, 충전 금액 10만원이고, 이벤트로 별 30개인가를 주기 때문에 스벅 카드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골드 카드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기획된 이 카드는 국내에는 700개 매장에 15주년 기념으로 15장씩 줬다니까 한정판이라면서 무려 10,500장이나 뿌렸다.



판매 당일 인터넷 검색에는 나 이거 샀다는 자랑글은 없고, 카드 팔아요 한장에 23만원 이딴 글만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울 모처에 사는 젖소가 사러 갔는데 사람이 많은 몇개 매장을 빼고는 줄 서서 사는 일은 없었고 사러 왔다가 가격 알고는 돌아서는 사람도 꽤 있었다고 한다.

퇴근해서 사러가면 다 팔릴 것이니 소정의 수수료만 주면 사다주겠다고 꼬드겼으나 넘어가지 않았다.


이 카드는 잊고 있었던 한 단어를 다시 떠올려주었다.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


사실 내게 스털링이라고 하면 사진의 이 양반이 먼저 떠 오른다.


그리고, 이베이 여사가 살래 하며 꼬셨던 스털링 실버 재질의 22nd SAS 관련 열쇠 고리가 있었다.


스털링 실버는 순도 92.5%의 은으로 정은(한자로 뭔지 모르겠다)이라고도 부른다.

순도는 보통 % 단위로 쓰긴하는데 얘만 그런 건지 퍼밀 단위로 써서 앞에 92.5%가 아닌 925‰로 쓴다. 뒤에 ‰단위 떼내고 925로도 쓴다.

% 짜가 같은 ‰는 뭐냐고? 안알랴줌.


자 그럼 92.5%의 나머지인 7.5%는 뭣이냐? 묘하게도 구리다.

왜 99.9%로 안 쓰고 굳이 구리를 섞느냐? 금과 같은 이유다. 순금처럼 순은은 재료로 쓰기에 너무 무르기 때문이다.


스털링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저명한 옥수수포드 영어 사전에서는 작은 별을 뜻하는 오래된 말 'steorling'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노르만 족이 쓰던 은화에 작은 별이 그려져 있었다나?


그 외에도 여러가지 설이 있다.

에드워드 1세 시절 은화에 찌르레기 류의 새가 그려져 있어 그 새를 뜻하는 'starling'에서 왔다거나 동전을 만들던 지역에서 쓰던 단어인 'easterling'에서 왔다(뒈길이라는 설이 있다)거나.


옥수수포드의 사전 정의는 언어학상 그 단어가 그렇게 바뀌기 힘들다고 지적질 당했고, 찌르레기 이론은 그 은화가 1077~1080년간 딱 3년만 썼기에 널리 퍼지기 힘들다고 지적질을 당했다.

이 변덕이 심한 것들은 매 3년마다 디자인을 바꿨던 모양이다.


어떤 곳에서는 12세기 뒈길에 Easterling이란 이름을 가진 화폐주조업자가 영국에 가서 은화 주조법을 가르쳐주었는데 그때 만들던 기준으로 1300년대에 영국이 표준화하면서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을 내세운다.


스털링 실버를 얘기하다 보면 영국의 은화가 빠질 수 없다.

영국은 대략 1816년부터 1919년까지 100년 정도 스털링 실버 은화를 만들었고 1920년부터 1946년까지는 순도 500‰ 짜리로, 1947년 이후 수집용 이외의 통화용 은화는 더 만들어지지 않았다. 47년부터는 흔해빠진 니켈 구리 합금이다.

기존 은화를 쓰던 습관 때문에 영국 화폐의 정식 명칭은 지금도 파운드 스털링이다.

500‰ 은화로 바뀌던 당시 남는 은을 중국 시장에 쏟아내어 은값을 박살낸 사건이 있었다.

1년 정도만에 은값이 거의 반으로 떨어진 중요한 사건인데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중국 경제를 박살내기 위한 대영 제국의 공작이었겠지.


국가에 따라 순도 차이도 있어서 917, 945 등등 다양했는데 일반적으로 900 정도가 많이 쓰여서 이걸 동전용 은(coin silver)라고 부른다고 한다.



여하튼 간에 확실한 것은 스털링이란 말이 유럽에서 나왔단 것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묘한 초록색도 아닌 하늘색도 아닌 상자에 담긴 버섯보다 빛나는 티파니의 은이 스털링 실버다.


은은 그냥 공기 중에서는 녹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황과 반응하면 검게 변색된다. 또 소금 등에 있는 염소랑 만나면 부식된다.

식기로 쓰다보면 어느 순간 구멍이 날지도 모른다.


근데 내가 이 이야기를 왜 시작했더라...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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