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Travel/Food/Czech 2018. 4. 15. 03:16

​3주쯤 전이었나? 같은팀 대리의 베트남 파견이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안그래도 사람 딸리는데 잘 되었다 싶고 일주일 뒤에 갑자기 날 보고 체코로 뜨란다. 것두 6개월이나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지만 월급쟁이가 어쩔 수 있나?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국제면허증에 범죄사실증명서에...


매 출장 때마다 회사에서 원체 싼 표를 끊어줘서 그런지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했는데 이번엔 가능했다. 그래서 마일리지 반 털어서 질러버렸다. 일년에 2~3회 해외 출장을 가긴 했는데 주로 중국, 일본이고 멀리 가는 싱가폴, 말레이시아는 몇년에 한번이라 생각 외로 마일리지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

싱가폴,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올 때가 항상 밤비행기라 어떻게 좀 안되나 싶을 때가 많았다.

나머지 마일리지는 돌아갈 때 털어먹음 되겠다.


공항에서 표 끊을 때 2층 창가로 했다. 언제 퇴역할지 모르는 747이니 2층에 타봐야지.

올라가니 좌석은 2열씩이다. 자리는 약간씩 어긋나게 되어있고, 중간에 칸막이로 가릴 수 있게 되어있다.

​앉으면 앞에 광활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의자를 눕히면 저 앞에 쿠션 부분까지 연장되어 완전히 누울 수 있다. 근데 누워보니 좀 애매한게 공간 길이가 190cm 정도 되는 거 같은데 185cm인 내가 누워서 온전히 다리를 뻗고 누워 발이 자연스레 쳐지면 저 수납장에 닿는다. 한 5cm만 더 길면 좋겠는데...

일반 좌석이 창 한개 또는 한개 반 정도의 공간이라면 여기는 기본 3개 또는 4개 정도의 공간이니 두배가 넘는다.

의자가 전부 독립이고 드나드는 통로도 따로 되어있어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건 좋다.

완전히 누웠을 때 발이 닿는 것은 완전히 눕히지 않고 의자가 약간 휘어진 상태로도 충분히 편한 자세가 나오기에 괜찮다. 정작 불편한 거는 오른쪽 팔걸이였다. 왼쪽은 의자 조정하는 부분과 리모콘 등이 수납된 공간을 팔걸이로 쓰면 되는데 오른쪽이 애매하다. 의자가 완전히 세운 상태에서는 오른쪽에 팔걸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칸막이 같은 게 있다. 높이도 애매하고 딱딱해서 불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칸막이를 지나 10cm 정도의 빈공간을 지난 곳에 수납함을 겸한 높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너무 멀고 높다.

오른팔에도 쉴 수 있는 자유를 달라!!!


내 바로 옆에 가족이 앉았는데 의자가 완전 눕혀지다보니 애를 데리고 타기에도 괜찮아보였다, 문제는 무자비한 가격이지. 

의자는 전동으로 이착륙 자세, 반쯤 누운 자세, 완전히 누운 자세가 따로 버튼이 있고, 개별로 조정도 가능하다.

화면은 큰데 사진에서 보듯이 다소 멀게 떨어져 있어 느낌이 덜하다. 헤드폰은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한다.

발 쪽에 수납함 작은 게 있고, 왼쪽 창 쪽에 큰 수납함이 하나 있다. 배낭을 들고 탔는데 처음에 위에 올려두었다가 꺼내어 여기에 넣었다. 그 정도로 크기가 꽤 컸다.

비행 소음이 2층이라 그런 건지 747이라 그런 건지 귀가 슬슬 늙어가는건지 느낌 상 좀 덜한 것 같았다.

​지상에 있을 땐 2층이라 꽤 높이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비행기 뜨고 나면 뭐 거기서 거기다.​

​식사는 세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고 미리 점심 저녁까지 같이 골라달라고 한다.

담겨나오는 그릇이 다르고 약간 더 고급스럽긴 한데 뭐 딱히 좋다고 하기도 좀 그렇다, 스테이크는 고기 굽기도 선택 가능하다. 본식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전식, 후식까지 합치며 양이 꽤 된다. 일반석에서는 간신히 허기만 면하는 정도인데 여기선 배가 부르다.

음료들이 담겨나오는 컵이 꽤나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래봐야 술을 즐기지 않아 얼음 담긴 콜라만 계속 마셨다.

간식 중에 라면이 있는데 딱히 땡기지 않아 먹진 않았다. 중간에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나서 식사 준비 중인가 했는데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서 보니 뒤에서 누군가 라면을 먹고 있었다.​

​어딘가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동토의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들어왔다.


비행 중 특이한 게 식사 시간 등 승무원이 뭔가 해야되는 시간이 아니면 보이질 않는다. 밑에 면세품 팔러 다 간 건지 조용하다. 가끔 오는 걸로 봐서 버튼 누르면 오는 거 같은데 그 사이엔 뭘 하는지 궁급해졌다.


서머타임으로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 12시 50분에 타서 10시간 반 정도 비행하고, 현지 시간으로 5시 조금 못되어 도착했다. 올 때 잔 시간 다 합쳐야 3시간 안되고 영화 두편으로 4시간 30분 정도니 3시간 정도 멍 때린 셈인가?

예전 터키나 이스라엘 갈 땐 반 이상 잤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잠이 안왔다.


도착해서 짧은 면세점 구간을 지나 입국장에 섰다. 안쪽 줄이 제일 짧아서 섰더니 다른 줄이 두사람 보낼 때 간신히 한 사람 끝낸다. 지문도 찍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는 얼굴만 확인하고 그냥 통과.

나중에 현지 직원에게 들으니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는 러시아 인들의 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하다보니 그렇다고 했다. 덧붙여 한국인들이 따로 서는 줄이 있다고 거기 서면 바로바로 빠지다는데...그런 거 없던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가방들은 누가 다 꺼내놨다. 바로 들고서 공식적으로 체코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기다리던 현지 직원의 차를 타고 프라하로 향했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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