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필수 옵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있으면 좋은 옵션인 크루즈 컨트롤은 한때 쓸데 없는 옵션의 최고봉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같이 차가 많이 막히는데서는 쓸 데가 없다는 거였다.

지금의 아베오 RS가 크루즈 컨트롤 달린 두번째 차인데 뻥 뚫린 길 달릴데 가끔 쓴다. 있으니 쓰긴 하는데 사실 없어도 그만인 느낌이긴 하다.


그러다가 요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란 이름으로 속도 뿐 아니라 앞차와 간격도 조절되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일정 시간 차선 벗어나지 않도록 해줄뿐 아니라 앞차가 서면 따라서 서기도 하면서 점점 중요한 안전장치로 변모했다.

실로 대단한 발전이다.


크루즈 컨트롤을 딱히 한글로 쓰진 않는 거 같다. 예전엔 일정 속도로 간다고 '정속 주행 장치'라고 부르긴 했던 거 같다. 그렇다고 직역해서 '순항 제어'라고 쓰진 않았다.


국산차에서 크루즈 컨트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80년대에 일부 중형차에 달려나왔는데 얼마되지 않아 싹 없어졌다. 얼마전부터 고급차의 옵션으로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경차까지 내려오고 있다.


처음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 차는 라프디(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였는데 원래 달려나오지 않은 차였다. 달게 된 이유가 크루즈 컨트롤이 필요해서가 아니고, 운전대 왼쪽이 크루즈 컨트롤 버튼 자리인데 옵션이 빠지면 민짜로 나온다, 오른쪽이 오디오 컨트롤 버튼이 있는데 좌우 대칭이 안맞아서 순정 부품을 이용해 달고 코딩으로 살리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이때 당시 GM 대우 차들에 유행하는 순정 부품 장착이 크루즈 컨트롤, 오토 라이트, TPMS였다. 심지어 원격시동이랑 애프터 블로우는 코딩 만으로 살릴 수도 있었다. 뭘 하든 보증이 날아가긴 했지만.


라프디의 크루즈 컨트롤은 북미 프로그램을 심은 때문인지 속도를 조정해보면 1km씩 늘고 주는 게아니라 뭔가 그 이상으로 늘고 주는 느낌이었다. 1마일씩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40km인가 이상에서 작동한다. 추월을 하거나해야해서 내가 밟아서 가속한 뒤에 발을 뗴면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간다.

그리고, 내가 가속해서 설정 속도보다 60km를 넘기면 꺼진다. 시내에서 60km 세팅하고 다니다가 고속도로로 올려 가속해서 100km를 넘기는 순간 중지된다.

속도가 떨어지면 가속은 알아서 하는데 감속이 안된다. 언덕을 올라갈 때 60km 설정에 55km 정도로 떨어지면 바로 악셀링에 들어가고 필요에 따라 기어도 낮춘다.

그런데 속도를 줄이진 않는다. 언덕을 내려갈 때 가속이 붙으면 그냥 쭉 붙는다. 브레이크 제어가 없고 엔진 브레이크도 걸지 않는다.

따로 중지 스위치를 안 눌러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해제된다. 다시 할 때는 보통 RES 버튼을 누르면 원래 속도로 돌아간다.


가끔 탔던 수입차들에서 크루즈 컨트롤은 기억이 안난다.

벤츠에서 살짝 당황스러웠던 게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였다, 보통 운전대에 붙어있는데 벤츠는 유독 운전대 왼쪽에 길다란 작대기 같은데 따로 나와있다. 작대기 끝에 운전대 그림이 있는데 이게 크루즈 컨트롤 조작 레버다.


잠시 소유했던 R56 미니 쿠퍼스의 크루즈 컨트롤은 써본 적이 없어서 기억이 없고, 지금 타는 F54 클럽맨의 걸 자세히 보자.

두가지 다른 점을 발견했다.


라프디나 아베오는 속도를 바꿀려고 레버를 한번 누를 때 마다 1km씩 떨어지는데 설정 속도가 계기판에 보이진 않는다. 대충 속도계로 맞춰야 한다.

클럽맨은 세팅할 때 속도가 표시된다. 세팅이 완료되면 그냥 크루즈 컨트롤이 켜져있다는 표시등으로 바뀐다. 그리고, 세팅 스위치가 2단으로 되어있어 얕게 누르면 1km씩, 깊게 누르면 10km씩 조정된다.

두번째는 감속 제어가 된다. 언덕을 내려갈 때 가속이 붙으면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계기판을 보면 차선 제어도 되는 놈인데 그 기능은 빠져있다. 이번에 컨트리맨이 그 기능이 살아서 들어왔다.


효용성은 얼마나 될까? 주로 쓰는 게 퇴근길 또는 한적한 고속도로다.

출퇴근길에 한적한 국도가 50% 이상을 차지해 주로 퇴근길에 제한속도인 70km에 걸어놓고 발을 떼면 순간 연비는 우습게 20km/l를 넘긴다.

고속도로2차선에 100km/l로 세팅하면 대부분의 차들이 추월해가므로 크게 불편한 건 없다. 하지만 2차선 도로가 막힐 때는 다른차 속도에 맞춰야 하니 못 쓴다. 가끔 내가 가는 속도와 동일하게 가는 차들이 보이는데 간격까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걸로 봐서는 같은 속도에 크루즈 컨트롤 걸어놓고 있는 게 맞을 거다.


제일 유용하게 썼던 거는 부산 서울을 혼자 왕복할 때였다. 몇시간 씩 악셀을 밝고 있기도 힘든데 크루즈 컨트롤 걸고 브레이크 쪽으로 옮겨서 대기하다가 가끔 발을 떼서 풀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가감속도 급한 경우가 아니면 손가락만 까딱거리고 브레이크에만 주의하면서 운행하면 된다.


시내 주행 위주로 한다면 별로인 옵션이고 장거리나 한적한 도로를 운행한다면 꽤 쓸만하다. 거기다가 장거리의 경우 발컨보다는 우수한 연비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국내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아니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사라져가는 추세의 수동 미션도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다. 딱 하나의 차이라면 클러치를 밟는 순간 작동이 중지된다는 거.

Posted by 나막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