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학적 고찰 소재는 거의 다 떨어져버렸는데 뭔가는 써보고 싶고 해서 생활에 필요한 공구 시리즈로 가볼까 합니다.


그 시작은!!!


또각또각


전문용어로 뺀찌. 혹자는 플라이어로 알고 있는 공구로 시작을 해보자.


Lineman's Plier


이성과의 만남을 가졌다가 잘 안되는 경우 '뺀찌 맞는다'는 용어를 구사하던데 같은 의미인지는 모르겠고 집집마다 뺀찌 하나 쯤은 있을테니 어떻게 생겼는지는 생략한다.


이름의 유래부터 보자.

만만한 영어로 pench, panch로 검색해봤지만 딱히 맞는 용어가 나오지 않는다.

국어사전에는 그딴 단어는 없다. 다만 곁다리로 슬쩍 영어 plier의 일본말이라고 알려준다.

근데 이것도 애매한 것이 영어 plier는 한글로 플라이어라고 읽듯이 일본어에서도 プライヤ (뿌라이야 정도로 발음)로 읽는다. 뺀찌랑은 완전히 다르다.


결국에 찾아낸 것이 둘다 일본에서 영어랑 프랑스어를 자기 식으로 쓰다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1. 일본 의견

영어로 집는다를 뜻하는 pinch(핀치)를 펜치로 잘못 알아들어서 일본어로 쓰다보니 뺀찌가 되었다

2. 한국 의견

프랑스어로 집게를 뜻라는 pince를 잘못 알아들어서고 일본어로 쓰다보니 뺀찌가 되었다


한국 의견은 좀 애매한게 핀치는 비슷하기나 하지, 영어로 핀스라고 읽히지만 프랑스어로 읽으면 팡스(?) 정도로 들리기에 뺀찌랑은 너무 다르다.

여하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란 것은 동일하다.


자, 그럼 이제 플라이어란 물건이 뭐하는 것인지를 알아보자.

구글에 플라이어 내놔하면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우리가 흔하기 보던 것도 있고 공돌이들만 아는 물건도 같이 나온다.

공돌이인 신발 눈에는 뭔노무 뺀찌가 이리 많아 하지만 다 봐오던 물건이고 일부는 쓰던 물건이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요즘 마트에 가면 중국산으로 쫙 깔린 그 물건을 찾으면 'Combination Plier' 또는 'Lineman's Plier'라고 나온다.

예전에는 그래도 기본 국산에 조금 좋은 건 대만산, 그위에 일제였고 미쿡이랑 뒈길은 넘사벽이었는데 요즘은 깔린 게 중국산이라 국산 찾기도 어렵다.


컴비네이션 플라이어는 차라리 이해를 하겠다. 원래 플라이어의 기본 기능은 뭔가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뺀찌는 잡는 부분, 자르는 부분 두가지로 되어있다. 돈을 조금 더 쓰면 잡는 부분이 두군데, 자르는 부분이 두군데로 나뉘어진 것도 있고, 간혹 터미널 집게(이건 다음 편 언제인가 다뤄보자)나 전선 피복을 벗기는 것까지 붙은 것도 있다. 그러니까 컴비네이션 피자 마냥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넣어봤어 형식으로 가면서 특정 용도에 필요한 것들만 모아서 만든 공구인 것이다.


기본 기능을 정리해 보자.

1. 잡기

 1) 잡기

     일자에 미끄러지 지지 않게 이빨이 나있다

     일자 뒤에 둥글게 되어 둥근 거를 잡을 수 있는 놈도 있다

 2) 누르기

     잡는 부분 사이에 뭔가를 끼워놓고 누를 수 있다

 3) 꺽기나 당기기

     잡은 상태에서 꺽거나 당길 수 있다

2. 절단

    잡는 부분 안쪽의 날로 뭔가를 자를 수 있다

3. 손잡이

   전기가 통하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는다


라인맨은 상표일까? 아니면 처음 이런 형태로 합친 사람의 이름일까?



뒤져보니 라인맨 = 전선공이었다. 1840년대에 전신(telegraph)이 시작되면서 처음엔 나무에 깔던 전선을 전봇대로 깔게 되면서, 높은 데서 작업하고 전기까지 다루다보니 감전 사고도 흔하게 발생했다. 아까 말했던 특정 용도가 바로 전선 까는 일이었던 것이다.

1857년 공돌이의 천국 독일에서 시카고로 이민 온 Mathias Klein의 공구 제작사에 전선공이 부러진 플라이어를 들고 왔다. 가위처럼 양쪽으로 되어있는데 한쪽이 부러진 거였다. 그래서 반쪽을 새로 만들어서 리벳으로 조립해주었다.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반대쪽이 부러져서 다시 만들어서 조립하니 완전히 새로운 한개가 된 셈인데 이게 뺀찌의 최초 모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Mathias Klein가 우리가 아는 뺀찌를 발명했다는 말은 없다. 이미 있던 걸 수리한 것 뿐인데 실력이 좋았던 것 뿐이다.

어쨋건 간에 그의 뺀찌는 성능이 좋아서 미국 독립 전쟁 후의 대대적인 전신 사업에 한몫 단단히 잡았고 지금도 Klein Tool의 뺀찌는 알아준다고 한다.


아, 이곳에서 재밌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예전 모델들을 가져다주면 시상을 해주는 것 같다. 1857년 모델을 찾기 위한 행사를 2013년에 했었고 가장 오래된 모델을 가져온 사람에서 $2,500의 상금과 동일 금액에 해당하는 공구를 시상했다고 한다.



사진의 아저씨가 어딘가 동네에서 $10 달러 주고 산 뺀찌를 제출했는데 1904년 모델이라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1904년 모델인데 손잡이에 고무 없는 거 빼고는 지금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


밑에 사진이 그 행사 때 제출된 뺀찌의 수를 년도 별로 나타낸 것이고 중요한 일이 뭐가 있었나 표시되어 있다.


Posted by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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